메르스 파동에 '얌체족·눈치족·셀프족' 늘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공포가 확산되면서 얌체족·눈치족·셀프족들이 느는 신풍속도를 그려내고 있다.

◇ 음주운전과 폭리 취하는 '메르스 얌체족'

경찰이 메르스 전파 우려로 기존 음주운전 단속 방식을 변경해 음주운전이 확실해 보이는 운전자를 선별적으로 단속한다는 방침을 세우자 오히려 음주운전자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운전자는 “요즘 음주운전 단속이 줄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음주운전자들이 활개 치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음주단속 찬반론이 벌어졌다.

아이디 rtdf***는 “요즘 메르스 때문에 술자리도 줄었다”며 “도로 통제하고 단속하는 음주단속이 줄어 예비범죄자라도 된 것처럼 마음 졸이던 것이 없어졌다”고 음주단속 방식 변경을 옹호했다.

하지만 아이디 poon***는 “메르스 전파 위험이라도 그렇지, 어제도 버젓이 술먹고 운전하는 사람을 봤다. 평소 단속이 많던 곳이었는데 경찰은 한명도 안보이더라. 이럴 거면 굳이 음주단속 하지 않겠다고 말할 필요까지 있었겠냐”며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가격 폭리를 취하는 얌체족도 늘고 있다.

주로 약국과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는 메르스 여파로 품절 사례가 잇따랐다. 언제 재입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도 부지기수다.

이러자 한 개에 2천원 남짓 하던 마스크 가격이 5천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마스크의 경우 제조업체가 권장소비자가를 정하지 않고 유통업체가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판매하는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취하고 있어 이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난리가 나면 일시적으로 품귀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가격이 요동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이럴 때 일수록 의료용품 유통 관리를 강하게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 마스크·소독제 품절, 가격 인상에 맞서는 '메르스 셀프족'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위생용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오르자 해외직구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한 해외직구 소비자는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국내 가격보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주문을 해놓은 상태”라며 “평소 해외직구를 많이 해봐서 배송료도 있고, 아예 지인들 부탁을 받아서 한꺼번에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 뒤에 젖병 소독기나 소독제에 담궈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손 소독제도 품절현상을 빚자 아예 손 소독제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구하기 어려운 완제품 대신 인터넷 쇼핑몰에서 소독용 에탄올을 대용량으로 구입해 분무기에 담아 직접 사용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는 소독용 에탄올로 손 소독제는 물론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독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블로그와 커뮤니티가 늘고 있다.

보통 시중에 유통되는 소독용 알콜은 83%로 희석시켜 유통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독에 가장 효과적인 농도는 70~75%라고 한다. 이를 위해 정제수나 끓인 물로 비율을 맞추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소독제는 손은 물론 의류나 아이들 장난감, 가정 소독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손 소독제로 사용할 경우, 손이 건조해질 수 있어 농도 비율을 맞출 때 물을 덜 넣고 글리세린을 첨가하거나, 손에 뿌려준 뒤에 수분크림이나 로션을 발라주면 좋다.

(사진=스마트이미지)

 

◇ 병원도 못가고 기침도 못하는 '메르스 눈치족'

대형병원은 물론 동네의원들도 메르스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매일 서너명씩 나오면서 해당지역은 메르스 스트레스가 엄습하고 있다. 단순히 감기 환자인데도 마스크를 쓰거나 기침을 하면 눈총이 따갑다.

한 감기환자는 몸살과 열로 동네의원을 찾았다가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확진환자가 발생한 한 지역에 사는 이모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메르스 환자로 오해를 받아 가슴이 철렁했다는 사연을 올렸다.

안그래도 메르스 때문에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워낙 환절기 감기몸살로 고생하고 있던 터라 마스크를 쓰고 가족들이 아프면 종종 들르던 단골 동네의원을 찾았다. 평소에는 가득 차던 접수창구에 내원 환자도 많이 줄었다.

감기몸살로 접수하고 간호사가 체온을 재고 ‘열이 높네요’ 하자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는 것. 이씨가 대기석에 앉자 옆에 있던 젊은 여성은 자리를 피해 구석자리로 옮겨 앉았다.

이씨는 그날 메르스 의심환자라도 된 것처럼 눈총을 받았다며 동네의원도 당분간 찾지 않겠다고 했다. 아파도 그냥 약으로 버티며 집에 있는게 속 편하다는 것.

최근 한 버스에서 한 승객이 기침을 여러번 하자 다른 승객들이 운행중이던 버스를 강제로 세워 모두 내려버렸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메르스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 학교 휴업에 시름 늘어가는 학부모들도 '눈치'

메르스 감염환자가 발생한 병원 인근지역 학교들이 대거 휴업하면서 학부모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어린 자녀들을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RELNEWS:right}맞벌이 부부인 최모(36.여) 씨는 최근 4살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이 메르스 여파로 휴업하자 직장 상사의 눈총을 받으며 일주일 휴가를 냈다. 메르스가 확산되면 유치원 휴업도 언제 풀릴지 알 수 없어 고민이다.

최씨는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주니까 아이가 좋아는 하는데, 직장생활도 언제까지 휴가를 내고 쉴 수 없어 고민”이라며 “대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휴업을 하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PC방과 노래방은 때 아닌 성수기를 맞고 있다. 휴업 중인 일부 초중등 학생 아이들이 갈 곳 없이 친구들과 하루 종일 PC방이나 노래방, 멀티방을 전전하고 있는 것. 그렇다고 집에만 붙잡아 둘 수 없는 학부모들은 더 애가 탄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아이디 ‘tnrlf***’는 “메르스 때문에 위험하다고 휴업했는데 정작 아이들은 PC방이나 노래방 같은 대중시설에 떼 지어 다닌다. 하루종일 아이를 붙잡아둘 수도 없고. 오히려 이게 더 위험한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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