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 확인된 일본 20대의 우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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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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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교육 부재·'잃어버린 20년'이 준 좌절감 등 원인"

 

일본 20대의 우경화 경향이 심상치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아래에서 일본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향우'하고 있다는 게 중평이지만 20대의 우경화 경향은 최근 여러 계기에 실례로 확인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는 9일 치러진 도쿄 도지사 선거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논문을 발표한 일로 제복을 벗은 극우 성향의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격)은 12%의 득표율로 전체 4위였지만 아사히 신문의 출구조사 결과 20대 유권자층에서는 24%의 지지를 얻으며 당당히 2위에 자리했다.

또 도쿄신문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군위안부가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는 망언을 한 모미이 가쓰토(인<米+刃>井勝人) NHK회장에 대해 전체 일본인의 57%가 회장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성별 및 연령대별 조사에서 유일하게 '20대 남성'의 경우 '회장직에 적합하다'는 견해가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보다 많았다.

작년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한 산케이 신문의 지난달 조사에서 일본인 전체적으로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20대의 경우 '평가한다'는 응답이 43.2%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답(41.6%)보다 많았다.

일본의 대학에서 실제로 20대 젊은이들을 접하는 교수들은 이런 경향의 원인에 대해 역사교육의 부재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일본의 한 지방대학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한국인 A씨는 익명을 전제로 한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등학교에서 일본사가 선택과목으로 지정돼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며 "일부 학생은 나에게 '왜 한국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데 반대하느냐'며 공격적으로 질문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도쿄대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교수는 "30대 이상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 소속 교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최근 일본 교육현장에서 일교조 교사들은 찾기 어려운 대신 우익 성향의 교사들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목도한 젊은이들의 좌절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현재 20대의 부모 세대만 해도 일본의 침략과 패전에 따른 '과거사 부채'를 물려받았지만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렸던 반면 '잃어버린 20년' 동안 성장기를 보낸 뒤 취업의 만만치 않은 벽을 만난 20대들은 고도성장의 과실은 아버지 세대만큼 누리지 못한 채 '역사의 부채'만 상속받은 사실에 불만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미야 교수는 "일본의 20대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일본은 더 이상 대국이 아니며, 앞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런 이들일수록 '강한 일본'을 외치는 우익성향 지도자에게 절망적으로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젊은 층의 내향성과 인터넷에 편중된 정보 취득 경향도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 '성인(成人)의 날'인 지난달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사설은 2010년 일본인 해외유학생 수가 5만8천60명으로 가장 많았던 2004년에 비해 30% 줄어든 사실을 거론하며 일본 젊은이들이 내향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고 지적했다.

해외 경험을 통해 조국을 객관적으로 볼 기회를 갖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우경화의 원인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또 같은 날 마이니치신문 사설은 일본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관심 있는 정보만 얻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주요 신문들이 대부분 인터넷에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사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신문 중 가장 우익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 산케이 신문은 최대 포털인 야후 등을 통해 거의 모든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며 인터넷 뉴스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때문에 주로 종이 신문보다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다수의 일본 젊은이들은 그만큼 우익적 시각에 많이 노출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아베 정권이 정책적으로 젊은 층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교수는 "일본 아베 정권을 포함한 우익 세력들은 무기력감에 젖어 있는 젊은이들을 우익 사상과 역사관으로 일깨우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아베 정권의 애국심 고취 교육 방침이나 NHK 등 언론 장악 시도가 바로 그런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금도 한일관계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20대가 일본의 주축이 될 미래의 한일관계가 더 우려된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아베 정권이 강화하는 독도 영유권 주장과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체화한 젊은이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 때면 한일간 독도 및 과거사 갈등이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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