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러 상대 외교총력전에도 핵심현안선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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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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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일 매듭 못 짓고 쿠릴열도 협상 진전없어

 

일본은 7∼8일(이하 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나서 러시아와 미국을 상대로 주말 '총력외교전'을 펼쳤지만, 핵심 현안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아베 총리는 8일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각 회담했다.

일본 정부 수반과 외교 사령탑이 이번 주말 순방외교의 주 목표는 작년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의 여파를 수습하는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4월 방일을 확정 짓고,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에서 진전을 일궈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일본 외상과 일본 총리를 표면적으로는 환대했음에도, 이들 핵심 현안에 대해선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아 일본을 애태웠다.

◇ 오바마 방일 확답 못 받고 '한일관계 개선 숙제' 받아온 기시다 외무상 = 기시다 외무상이 방미 성과를 꼽는다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케리 장관과 뜻을 같이한 정도였다. 회담 후 기시다 외무상은 "일미동맹이 흔들림없이 강력함을 확인했다"고 말했고, 케리 장관도 미일관계는 오바마 대통령 아시아 중시 정책의 핵심이라며 화답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기시다 외무상이 제안한 오바마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았고, 발언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할애해가며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오바마 방일을 지렛대 삼아 일본에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숙제'를 던진 모양새였다.

아사히 신문은 9일 케리 장관이 기시다 외무상에게 "한일관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며 관계 개선 복안을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한 사실을 거론하며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의 영향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며 평가했다.

또 방문 기간 기시다 외무상이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중국의 방공구역 설정을 비판했지만 라이스 보좌관은 방공구역과 관련해 중국을 일절 비판하지 않았으며, 미중간에는 협력할 수 있는 분야와 충돌할 분야가 병존한다는 일반론적 언급만 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 푸틴의 '환대' 받았지만, 영토문제 성과 못 거둔 아베 총리 = 푸틴 대통령은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 인권문제를 지적하며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보이콧한 상황에서 소치로 날아간 아베 총리를 현지 대통령 관저로 불러 환대했다. 또 10∼11월께 일본을 방문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일본이 간절히 희망하는 쿠릴 4개섬 문제에 대해서는 차관급 회담 등에서 협의를 계속하자는 뜻만 확인했을 뿐 진전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정상회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상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쿠릴 4개섬은 2차대전후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에 따라 러시아 땅이 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러시아와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쿠릴열도 가운데 이투룹,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남부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을 겪어왔다.

작년 4월 아베와 푸틴 간의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가속한다는데 합의하면서 쿠릴 4개섬 문제와 관련, "쌍방 모두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함에 따라 일본 측에서는 논의 진전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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