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무죄…"법원의 기계적 판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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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이런 판결이라면 내부고발은 사건 자체 성립 안돼"

송은석 기자

 

법원은 6일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은폐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59)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핵심근거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당시 일선 실무책임자였던 권 과장이 서울청장의 혐의를 폭로한 '내부고발자'란 사실과, 경찰조직 내 '상명하복'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는 지나치게 기계적인 판결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권 과장은 서울청에서 송부한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분석 결과물에 주요 증거인 아이디와 닉네임이 빠져 있어 직접 가서 받아와야만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바 있다.

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 했지만 김 전 청장의 압박으로 신청이 보류됐다고 주장했다. 증거분석 당시에는 수서서 직원을 서울청 증거분석팀에서 배제하고 국정원 직원 김씨를 참가시키려 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유력한 간접증거 중 하나인 권 과장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어긋나며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쉽게 수긍할 수 없다"며 권 과장의 진술을 사실상 모두 배척했다.

수서서 수사팀·서울청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술과 다른 주장을 하는 권 과장을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내부 고발자'인 권 과장 진술의 무게를 다른 경찰들의 진술과 동일선상에 놓은 뒤 "다수의 의견과 배치되니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러한 판결이라면 앞으로 내부 고발자에 의한 사건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들이 진술을 짜맞출 개연성이 전혀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진술을 했던 경찰 대부분이 검찰 조사 단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며, "부하직원들은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것이란 판단 하에 김 전 청장만 기소한 것인데, 그 부하직원의 말을 토대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분석 범위를 제한해 국정원 직원 김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분석한 경찰수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 역시 납득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분석관들이 김 전 청장의 지시나 관여없이 임의 제출자의 의사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 활동을 수사하던 경찰이 '박근혜, 문재인' 등으로 분석범위를 제한한다면 한정된 결과만 얻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이를 스스로 제한했다는 결론을 낸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수사범위가 제한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명백한 수사 축소·은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법원의 판결에 납득을 할 수 없다"면서 "살아있는 권력 아래에서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있었겠나. 재판부가 진술을 양적으로 기계화해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전 청장 사건이 무죄로 결론나면서 같은 재판부에서 맡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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