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강원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29일 오전 농축산검역본부 주이석 동물질병관리부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장규석 기자)
"지금 현재 신고가 안 들어온 곳이 경북하고 강원이 안 들어왔습니다. 그러면 경북하고 강원은 안전하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의 기술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농축산검역본부 주이석 동물질병관리부장은 '안심은 금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상 전국이 감염권에 들었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은 특히, 29일 경남 밀양의 토종닭 농가에서 닭 70마리가 한꺼번에 폐사하는 등 AI 의심증상을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남에서 첫 의심신고가 접수된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종계나 육계, 씨오리와 육용오리 등에서 나타나던 AI 의심증상이 토종닭에서도 발현됐다는 점에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토종닭은 사육환경이 전혀 다르고, 닭이나 오리 농장과의 교류가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농장에서 농장으로 전파(수평전파)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 역학관계 없는 토종닭도 AI의심…철새 전파 가능성 커 앞서 지난 28일 농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는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 나타난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철새에 의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른 농장과 역학관계가 거의 없는 토종닭 농가에서 AI 의심증상이 나타나면서, 철새에 의한 전파 가설은 그 개연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날 환경부가 발표한 2014년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에 따르면, 겨울철새는 전국의 철새 주요도래지 195곳에서 126만9,396마리가 도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겨울철새가 가장 많이 도래한 곳은 금강호였으며, 이어 동림저수지, 태화강, 삽교호, 울산-구룡포 순이었다. 충남 금강호와 삽교호, 전북 동림저수지에서는 이미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또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가 나온 철새 종류는 이날 현재까지 가창오리와 큰기러기, 물닭이다. 이 가운데 가창오리가 가장 많이 도래한 곳은 금강호와 동림저수지, 영암호, 삽교호, 금호호 순이었다. 이번에 고병원성 AI가 확진됐거나 의심증상이 나타난 농가 위치와 대부분 겹친다.
◈ 큰기러기, 물닭 서식하는 한강, 낙동강 하구도 위험
큰기러기와 물닭의 서식 분포 (환경부 제공)
큰기러기는 태안군의 해안과 한강하구, 낙동강 하류에 집중 서식하고 있고, 물닭은 낙동강 하류와 시화호, 울산만 등에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창오리에서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가 큰기러기와 물닭에게 옮겨갔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한강하구나 낙동강 하구, 울산만, 시화호 주변지역도 위험지역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경기도 평택과 화성, 그리고 경남 밀양에서 AI의심신고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전라, 충청은 물론 경기와 경남까지 AI 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철새의 이동을 인위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전국이 AI 감염권에 들어가는 셈이다.
방역당국은 각 농가의 차단방역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입장이다. 주이석 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이 농가 안으로 이 바이러스가 안 들어가게 하는 것"이라며 "차단방역을 철저하게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 가금 농장 관계자 친목모임도 자제하라…차단방역 주력실제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한 씨오리 농장의 경우 AI 증상이 전체 14개 동 가운데 유독 특정인이 관리하는 3개 동에서만 발생했다. 문제의 3개동을 관리하는 관리인이 농장전용 장화를 갈아신고 들어가는 등 차단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명절 연휴기간 동안 축산종사자들의 친목모임도 자제해달라"며 철저한 차단방약을 주문했다. 또 국민들에게도 철새도래지와 가금농가 방문을 금지하고, 차량 소독 등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