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시절 '최연혜'의 생각은 지금과 달랐다. 철도민영화의 전제를 '주식회사'로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주식회사 수서발 KTX 자회사'는 민영화 과정에 있는 게 맞다. 그는 왜 생각을 바꿨을까. '정치적 선택'이 그의 소신에 영향을 끼쳤을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2013년 10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철도민영화 얘기가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철도민영화 문제는 더 살펴봐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있어 잘 조율하고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 하지만 최연혜 사장은 이런 다짐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면서 노사대립의 불씨를 더 키웠다. 왜 그랬을까.
먼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며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최 사장은 "집 나간 자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노조원이 일터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업무보고를 다녀온 후, 7000여명을 직위해제하는 강수를 뒀다. 이 결정은 최장기 파업의 단초가 됐다.
철도민영화에 대한 입장 변화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사장은 한국철도 대학 교수 시절 발표한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철도민영화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운영주체가 주식회사일 때다." 문제는 '민영화 논란'을 빚고 있는 수서발 KTX 자회사가 주식회사라는 점. 최 사장의 논리에 따르면 수서발 KTX는 '민영화'의 대상이 맞다. 그런데도 그는 사장에 오른 뒤엔 수서발 KTX 자회사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못 박고 있다.
한편에선 최 사장이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서발 KTX 자회사가 민영화라는 걸 잘 알면서도 정부의 영令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 사장은 파업 막바지에 조계사의 중재로 '코레일 노사합의의 장'이 마련됐지만 철도노조와 아무런 합의점을 만들지 못했다. 철도노조 파업의 이유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반대였고, 이에 대한 결정권은 정부에 있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철도노조 파업의 신호탄 '국토교통부 철도산업발전방안'의 내용도 최 사장은 잘 모르고 있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철도산업발전방안은 코레일의 여객ㆍ물류 등 6개 분야를 자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올 1월 5일 열린 국회 철도산업발전소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관련 내용을 묻자 최 사장은 "철도산업발전방안을 한 페이지만 봤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KTX 관계자는 "정부의 계획을 잘 모르는 최 사장이 '수서발 KTX 자회사는 민영화가 아니다'며 떼를 쓰는 것 같다"며 "KTX 사장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수습할지 우려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최 사장이 정부 압력 때문에 소신을 버렸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BSi The Scoop 김정덕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