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에서 최초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유력 용의자로 고창 동림저수지에 머무른 철새 가창오리가 지목된 가운데 이들 중 10만 마리 이상이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이동 경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기동성이 좋은 철새의 이동에 따라 조류 인플루엔자 불똥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우려가 일고 있다.
◈ 10여만 마리 증발고창군 성내면 동림저수지는 11월초부터 철새가 날아오기 시작해 2월까지 20~25만 마리가 머무르는 서식지다.
하지만 고창군 신림면의 한 씨오리농장에서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정된 이후 가창오리 등 철새가 조금씩 줄기 시작하더니 21일에는 10여만 마리가 사라졌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이종철 고창지회장은 “저수지 인근에 헬기가 뜨고 폐사한 개체 수거를 위해 보트를 띄우면서 철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며 “밤사이 개체수가 많이 줄어 현재는 5만 마리쯤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산철새조망대 한성우 학예연구사도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가 급감했지만 금강 쪽으로 유입된 것 같지는 않다”며 “눈이 많이 오면 먹잇감을 찾지 못한 철새들이 대규모 이동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의 감염원으로 지목되는 가창오리 10만 마리 이상이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 아니면 먹잇감을 찾기 위해 어디론가 이동했다는 것이다.
◈ 오리무중 가창오리동림저수지에 머무는 가창오리는 전남 해남, 전북 군산 금강호, 충남 태안반도의 천수만 등 4곳에 주로 머물며 일부가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로도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사라진 가창오리가 어디로 갔는지는 오리무중이다.
한성우 학예연구사는 “금강호에 지난 20일 5~6만 마리의 철새가 들어왔지만 당시에는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가 이동하기 전이다”며 “현재로써는 가창오리의 이동 경로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생물자원관 김하정 박사는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가 이동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된 바가 없어 이동 경로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가창오리의 이동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 AI 확산되나고창과 부안 등 3개 농가를 끝으로 잠잠하나 했던 AI는 21일 정읍시 고부면의 한 농가에서 또다시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확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창오리 10여만 마리가 사라졌다면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니며 확산을 부추길지 우려되고 있다.
전북CBS 임상훈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