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 빨대만 꽂아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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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본적도 없어

- 수도계량기 1개 교체에 4000원
- 밥값, 공구료, 기름값 모두 자비로 내
- 1용역인줄 알았는데 2용역 업체더라
- 수도계량기 교체원 불법 파견, 위장 고용
- 서울시에서 직접 고용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월 13일 (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고영일 (수도계량기 교체원)


 

◇ 정관용> 날씨가 추워지면 계량기가 동파된 모습, 뉴스에 자주 나옵니다. 이걸 고쳐주시는 분들이 수도계량기 교체원 분들인데요. 이분들이 뭐 재, 재하청 구조에다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하고 있답니다. 24시간 대기하고 그리고 한 달에 한 50~60만원 버신다는데. 가명으로 한 분을 연결해 봅니다. 고영일 씨라는 가명을 썼네요. 안녕하세요.

◆ 고영일>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거 몇 년째 하고 계세요?

◆ 고영일> 지금 만 2년 됐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서울시로부터 직접 고용되신 거 아니죠?

◆ 고영일> 네. 하청에 재하청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서울시가 어떤 업체를 하청을 줬고.

◆ 고영일> 네.

◇ 정관용> 그 하청업체는 또 재하청을 줬어요?

◆ 고영일> 네.

◇ 정관용> 그 재하청 업체의 소속이시다?

◆ 고영일> 네. 아, 재하청업체가 아니고요. 모든 교육이고 뭐고 제1하청으로 되어 있어요.

◇ 정관용> 제1하청으로 돼 있다는 게 무슨 말이죠?

◆ 고영일> 그러니까 업체로 무슨 교육이고, 여기에도 나오고, 우리가 일 년에 한 번씩 교육을 받습니다. 그럼 제1하청 이름으로 해서 우리가 교육을 받고, 명찰도 제1하청으로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네, 그런데요?

◆ 고영일> 그런데 우리도 몰랐는데 이번에 다 알게 된 게 뭐냐 하면, 제2하청 있는 분이 와서 우리한테, 뭐냐 하면 임금을 주고 그러는 거죠.

◇ 정관용> 아, 그러니까 소속은 제1하청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또 하나 업체가 또 있군요?

◆ 고영일> 네.

◇ 정관용> 그 업체랑 근로계약서 같은 것도 안 쓰셨다고?

◆ 고영일> 네. 써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습니다.

◇ 정관용> 그나저나 월급제가 아니라고요?

◆ 고영일> 네. 저희는요, 계량기 하나 따는데 4000원씩 받습니다.

◇ 정관용> 하나 교체하는데 4000원?

◆ 고영일> 네. 그런데 그것도요, 8개 사업소가 있어요. 그 중에서 제일 많이 받습니다, 저희가요.

◇ 정관용> 아, 그래요?

◆ 고영일> 네.

◇ 정관용> 요즘 같은 겨울에는 동파되는 것들이 많습니까?

◆ 고영일> 없습니다.

◇ 정관용> 없어요?

◆ 고영일> 요새요, 홍보가 너무 많아서요. 오늘 같은 경우는 제가 아침 9시에 나와 가지고 오늘 10시까지 지킵니다. 그런데 동파가 하나도 안 났습니다. 저만이 아니고 오늘 나와 보신 분들이 총 너덧 분인데, 그중에서 일찍 들어가시고, 저녁에 10시부터 하는 분이 계세요. 세 분이. 그러면 현재 대기를 해도 동파가 나면 하나 하는데 우리가 돈을 받습니다. 그런데 하나도 안 나왔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지금 하나도 안 나와서 10원 한 장 못 받았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밥을 사 먹고 점심,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10원 한 장 나온 것도 없고 우리 돈으로 지불합니다. 그거 다.

동파된 수도계량기.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면 겨울철이 또 아닌 철 같은 경우, 수도계량기 교체원 분들이 동파라기보다 노후화된 것 교체, 그게 주된 업무겠군요?

◆ 고영일> 노후보다도 정기적으로 8년에 한 번씩 만기라고 교체를 해 줍니다, 저희들이.

◇ 정관용> 만기교체가 제일 큰 일감이네요. 그래서 저희는 뭐 겨울철이 제일 일이 많을까 했더니, 요즘 홍보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그 평균 잡아서 한 달에 얼마쯤 버시게 되는 거예요?

◆ 고영일> 그러니까 올해 같은 경우는 동파계량기는 많이 달라고 그래 가지고요. 이게 물량이 나와서 올해는 조금 많았어요. 그런데 평균적으로 따지면 이제 월급이, 연봉이 한 1300~1700이에요, 저희가.

◇ 정관용> 그럼 한 달에 한 120, 130만원 이 정도 되네요?

◆ 고영일> 그렇죠. 평균적으로 따진 거죠, 그건.

◇ 정관용> 평균적으로 잡았을 때?

◆ 고영일> 네.

◇ 정관용> 오히려 겨울철이 그러면 수입이 더 줄어드는 군요?

◆ 고영일> 없죠. 숫제.

◇ 정관용> 그렇군요. 제가 어떤 자료에서 한 달 평균 50~60만원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건 왜 그래요? 그래도 한 130만원...

◆ 고영일> 아 그건요, 그러니까 저번 달 같은 경우는 동파가 별로 안 났잖아요. 그러니까 저번 달 같은 경우는 우리가 교체원이 7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하 조금 받으신 분이 8만원에서 제일 많이 받으신 분이 80만원이에요. 그리고 이번 달 같은 경우는 한 보통 30~50만원밖에 안 됩니다. 1인당 받아갈 수 있는 돈이.

◇ 정관용> 겨울철이 그렇군요.

◆ 고영일> 네.

◇ 정관용> 그런데 연중 평균으로 치면 그래도 한 130만원, 이 정도를 버시게 되는데. 교체하기 위해서 이동하실 때 차를 이용하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하거나 또 교체하는 장비, 이런 걸 다 일일이 자기 돈으로 한다고요?

◆ 고영일> 네. 그게 뭐냐 하면 오토바이도 제 오토바이고요. 보험도 제가 다 냅니다. 그리고 매월 우리가 이동거리가 많으니까 유류비가 오토바이인데 저는 한 15만원 들어요. 그리고 공구비 같은 경우는 1년에 보통 충전제, 드릴이나 이것저것 뭐 연장해 가지고 한 30~40만원 듭니다, 우리가.

◇ 정관용> 그럼 공구도 업체에서 안줘요, 그러니까?

◆ 고영일> 네.

◇ 정관용> 이거 그냥 일종의 자영업자 취급을 하는 그런 셈이네요?

◆ 고영일> 그렇죠. 자영업자도 아니죠. 그냥. 그래서 저희가 우리 근로자끼리 얘기할 때는 용역업체에 오신 분들은 우리가 솔직히 얘기하면, 근로자들끼리 말하기를, 그냥 와 가지고 빨대만 꽂아놓고 있다, 이거에요.

◇ 정관용> 그러네요. 서울시에서 그렇게 건당 4000원 주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 고영일> 그건 저희가 자세히는 모르죠.

◇ 정관용> 업무지시를 누구한테 받으세요?

◆ 고영일> 그게 사업소에서 직접 지시를 받습니다.

◇ 정관용> 사업소에서 지시받는다는 얘기는 서울시 공무원이 지시를 한다는 얘기예요?

◆ 고영일> 그렇죠. 그러면 곧바로 내려오면 여기 같이 근무하시는 총무들한테 내려 보냅니다. 그래서 그분이 받아 가지고 저희는 곧바로 현장에 나가는 거죠.

◇ 정관용> 서울시 공무원이 직접 지시를 하는데 그 사이에 제1하청, 제2하청업체가 끼어 있어서 거기에서 뭔가 돈이 새나가는군요?

◆ 고영일> 그렇죠.

◇ 정관용> 얼마나 어떻게 새나가는지는 정확히 모르시고?

◆ 고영일> 그렇죠, 저희는. 그리고 저희 같은 경우는요, 제1업체 사장은 얼굴도 못 봤고 그리고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거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고영일> 서울시에서 최소한 우리를, 아시잖아요. 불법파견에다가 위장도급 아닙니까, 이게. 그러면 서울시에서 직접 고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업무지시를 직접 서울시가 하고 있다면 이렇게 하청, 재하청, 이럴 이유가 없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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