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 "박근혜정부, 창조경제 개념 이해 못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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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출간 기자간담회서 비판

13일 서울 연남동에 있는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사옥에서 열린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휴머니스트 제공)

 

미학자 진중권(51) 동양대 교수가 박근혜정부의 정책기조인 '창조경제'를 두고 "미학적으로 볼 때 그 안에 담긴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해 못한 채 그럴 듯하게 들리니까 가져다 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13일 서울 연남동에 있는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사옥에서 열린 저서 '미학 오디세이'(전 3권) 20주년 기념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창조경제의 모티브는 그동안 남이 만든 물건을 베끼던 '추격경제'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선봉에 서서 개척하자는 데 있다"며 "이러한 창조경제는 아래로부터 올라와야 하는 것인데, 최근 국정교과서로 돌아가겠다는 교육당국의 주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래로 내리꽂겠다는 의지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창조경제라는 말을 붙인 몇 가지 사업에서 대박이 터지는 것을 바라는 모습은 빨리 성과를 내겠다는 기존 추격경제와 다르지 않다"며 "창조경제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이제는 도덕적 규제·단죄가 아니라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조경제의 토대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미학적 틀로 창조경제를 설명하면서 "미래의 경제학은 미학의 경제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과 애플의 싸움을 미학으로 들여다보면 삼성은 애플의 디자인을, 애플은 삼성의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 이는 예전에 따로 놀던 기술과 예술이 융합한 결과인데, 최근 경향은 디자인이 기술보다 우위에 있다. 융합의 시대에는 기술도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미학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본다."
 
이날 소개된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은 1994년 1월15일 첫 출간된 동명의 서적을 변화한 시대와 독자의 취향에 맞춰 새롭게 꾸민 것이다.

미학 오디세이는 미학이 대중에게 생소하던 때 진 교수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미와 예술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제시했는데, 미학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진 교수는 "예술작품을 분해하고 해부할 때 개념을 모아둔 수술센터가 필요한데, 이때 미학 개념이 더욱 정교한 수술을 가능케 한다"고 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돈 계산을 할 때 수학을 쓰듯이 창조적인 작업은 예술가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 기계적으로 처리하던 일들도 창의력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고 변화시킬 수 있다. 미학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으로 사물을 보게 한다. 디자이너들이 보는 색상표에 녹색만 몇 백 가지가 있는 것처럼 미학으로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보면 보다 다양하고 섬세한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진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존재미학(실존미학)'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존재미학은 "삶을 예술로 만드는 것"이다.
 
"삶을 조직할 때 우리는 도덕적 규제를 내세우지만,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미학적 삶을 강조했다. 스스로 절제하는 삶을 아름다운 인간의 기준으로 삼고, 미와 예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통해 삶을 예술 작품처럼 가꿔간 것이다. 결국 살아가는 방식까지 미학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셈인데, 최근에는 미학이 오감과 자기 삶까지 포함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는 이날 독자들을 깊이 있는 독서로 이끌지 못하는 국내 인문학 서적 시장의 풍토를 꼬집기도 했다.
 
"독자들은 보통 독서를 하면 파일이 하드 디스크에 저장되는 것으로 여기는데, 기억은 온라인 검색 등으로 언제든 끄집어낼 수 있다. 책을 읽는 과정은 (기억을 산술적, 논리적으로 엮어가는) 프로세서를 넓히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책을 읽을수록 머리가 좋아진다. 최근 다수의 인문학 서적이 문제풀이를 하듯 단순 정보 전달에 그치고 있는데, 책을 쉽게 쓰더라도 독자에게 자극을 줄 수 있어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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