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유한숙(71)씨의 유족들이 밀양시 삼문동 영남루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송전)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게 낫겠다."
농약을 마시고 지난 6일 숨진 밀양 주민 고 유한숙(71)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유족과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8일 밀양 영남종합병원에 있던 유씨의 빈소를 정리하고, 공개 분향소로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이 밀양시청과 한전 밀양지사 앞 등 주요 지점에서 시설보호요청을 받아 원천봉쇄에 들어가자, 주민들이 밀양시 삼문동 영남루 앞 인도에 분향소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저지에 나서면서 주민들과 사흘째 대치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시 분향소 설치를 위해 천막을 치려 했으나, 경찰이 천막 반입을 불허하면서 천막을 강제로 빼앗았고, 이를 막으려던 주민 4명이 다쳐 호송됐다고 주장했다.
마을 주민들은 끝내 천막없이 영정사진 등을 모시고 분향소를 차렸으며, 주민들은 추운 날씨 속에 비닐만 겨우 쳐 놓은채 노숙을 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이에 따라, 분향소 설치과정에서 경찰이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조를 요청했고, 인권위는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인권위는 10일 밀양시 내일동 영남루 맞은 편에 설치된 분향소에 조사관 2명을 보내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가 제시한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내용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인권위는 경찰이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근거를 제시했는지, 천막을 철거하면서 주민의 인권을 침해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통행 방해 등 도로교통법과 범죄 예방과 제지를 위한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천막을 철거했다며 여전히 분향소 설치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의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유 씨의 죽음 이후에도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 진행중인 한국전력은 조만간 2개의 송전철탑을 추가로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16곳의 송전탑 현장에서 철탑조립 등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전은 밀양시 단장면에 있는 81번과 89번 송전탑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이번 주말쯤에는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CBS 이상현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