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심상치 않은 숙청의 피바람이 불고 있다.

무서울 것이 없었던 북한의 권력자는 순식간에 불순분자로 낙인찍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후견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의 이야기다.

실각에서 체포까지, 실질적 '2인자'로 군림했던 장성택의 추락을 되짚어본다.

장성택의 실각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3일 정보당국을 통해서였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장성택의 핵심측근인 노동당 행정부 1부부장 이용하와 행정부 부부장인 장수길이 지난 11월 하순 '반당혐의'로 공개처형되면서 장성택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정보당국은 장성택이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장성택의 실각을 두고 국내에서는 수많은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유력한 주장은 장성택이 군 실세인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의 권력싸움에서 패했다는 것이었다. 핵심실세였던 장성택이 인사에서 월권을 해, 김정은 위원장의 눈밖에 났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장성택의 실각을 '유일지도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결정', '2단계 권력재편을 위한 서막' 등으로 보는 해석도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수령의 절대 권력을 과시하고, 새로운 대체인물을 등장시키려 1단계 권력재편에서 임무가 끝난 장성택을 내쫓았다는 것.

특히 북한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연초부터 꾸준히 장성택의 실각 가능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의 실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4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장성태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음을 못박았지만 실각설에 대해서는 "단순한 '설'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더 위중한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측근들의 공개처형에 대해서도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외국공관에 대사로 근무 중인 장성택의 친인척들이 줄소환을 당하고, 장성택의 한 측근이 두달 전 쯤 중국으로 도피해 우리 정부에 망명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상황은 점점 장성택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북한 기록영화와 조선중앙통신에서 일제히 장성택의 모습과 기사가 잇따라 삭제됐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9일 장성택의 실각 사실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의 죄목을 일일이 나열하며 "장성택 일당이 당의 통일 단결을 좀먹고 당의 유일적령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장성택과 그 측근들은 부정부패행위,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 술놀이와 먹자판, 마약 복용, 외화탕진, 도박장 출입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