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동원한 투견(핏불테리어) 도박 일당 36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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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엔 중소기업 사장·중학교 교사 등 수십 · 수백명 모여 베팅

강원도 춘천 남산면 서천리 일대에서 투견 도박장이 열렸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강원도 춘천 남산면 서천리 일대에서 투견 도박장이 열렸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핏불테리어(19세기 중반 즈음에 영국에서 투견을 목적으로 해서 개량된 견종)를 키우며 애견동호회 활동을 하던 대형 증권사 간부 김모(48) 씨는 지난 2008년 동호회에서 알게 된 회원으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핏불테리어만 참가하는 투견 도박장이 열리는데 투견장에서 이기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방식 등으로 견주들을 모은 도박 사범들이 지난 1년 동안 경기와 경원 등을 돌아다니면서 벌인 투견도박판은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것만 모두 28차례, 판돈은 6억2400만원에 달한다.

도박 개장자들은 투견싸움을 주선하고 도박장을 주도적으로 개장하는 일명 '프로모터'(도박주체자)와 도박참가자들이 베팅한 돈을 관리하고 승패에 따라 수익금을 분배하는 '수금원', 투견싸움의 승패를 판단하는 '심판', 심판을 보조하는 '부심', 추가 베팅을 유인하는 '매치' 등으로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하고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참가자들은 프로모터가 핏불테리어 인터넷 동호회를 통하거나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은 사람들을 은밀하게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의 형태도 프로모터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현장 도박참가자를 모집하는 '현장게임'과 견주로부터 투견의 체중과 판돈 규모에 대한 조건을 제시받은 프로모터가 조건에 맞는 상대방 견주를 물색해 소수의 도박참가자만 모집하는 방식의 '계약게임' 투견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결과 도박 개장자들은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가명과 대포폰을 사용했고, 도박현장이 적발됐을 때 도주가 용이하기 위해 '망꾼'을 고용하고, '도주로'를 별도로 마련하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핏불테리어 한마리가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싸움을 벌여야 하는 투견도박은 밤 10시부터 시작해 새벽 4~5시까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주일에 2~3차례 열리는 투견도박장은 1회에 30분 안팎으로 진행됐고, 하루 평균 4~5회에서 많게는 10회까지 경기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투견도박장에는 중소기업 사장과 중학교 교사, 대형병원 병리사 등이 모여 1인당 최고 200만원씩 베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장에 평균 200~300명이 모인다는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1회 판돈은 최고 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투견에 승리한 개는 마리당 최고 3000만원을 받고 투견용으로 판매됐지만 패한 개는 수십만 원에 보신탕용 개고기로 팔려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윤재필 부장검사)는 투견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라모(44) 씨와 지산동파 조직원 장모(40) 씨 등 9명을 구속기소하고 도박참가자 19명은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도망간 도박장 개설공범인 신OB동재파 조직원 이모 씨 등 8명을 쫓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투견 도박은 투견으로 이용되는 개 중 어느 한 마리가 죽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을 때까지 진행되는 잔인한 범행인 점을 고려해 도박개장 관련자 전원을 도박 개장죄 외에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의율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박을 위해서는 동물의 희생까지 마다하지 않는 비이성적인 투견 도박이 만연한 실태를 확인했고, 향후 적극적인 단속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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