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만나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양국의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자고 밝혔지만, 관심이 집중된 무기 지원 여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기조에 맞춰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도널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쟁 조기 종식(終熄)' 공언으로 변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사단이 무기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대통령실은 관련 내용을 '비공개'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폭탄' 예고엔 긴급 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발(發) 안보 및 경제 폭풍 발생이 점차 현실화되는 가운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위기 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尹, 우크라 특사단 접견 "양국 실효적 대응 강구"…무기 지원은 '딜레마'
윤 대통령은 2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한 중인 우크라이나 특사단과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사단은 이후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차례로 만났는데, 양측은 앞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러북 간 무기‧기술 이전에 대한 정보 공유를 지속하면서 우방국들과 협력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당선인 측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원팀(one team)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특사단이 이번 방문에서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무기 지원 요청이나 구매 의사를 전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포병 표준인 155㎜ 포탄과 방공 시스템 등이 거론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시민과 싸우기 위해 온 군대라는 공식 지위를 얻은 뒤 구체적인 (무기 지원) 요청서를 보낼 것"이라며 "여기에는 화포와 방공 시스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방문 예정인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방점을 찍으면서 무기 지원엔 신중했던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방어용부터 살상용까지 무기 지원 검토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행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바이든 미 행정부 기조에도 부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지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더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선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만약에 무기 지원을 하면 방어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공언하면서 상황이 또 달라졌다. 무기 지원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 기조와 달라 대미 관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원과 관련해 출구 전략을 고민하더라도 우리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북러 군사협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전쟁 종식 이후 재건 사업 참여 등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의 지원 요청을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무기 지원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일단 '신중론'을 펼치는 모습이다.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우방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다음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특사단과 무기 지원을 논의했는지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기 지원과 관련해선 언급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각을 감안해 판을 바라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이병철 교수는 "특사단의 방문은 무기 지원 요청이 목적이겠지만, 용산 입장에선 어떤 응답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러시아 측의 엄포를 무시하고 지원에 나서는 건 무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개인플레이에 나설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 관점에서 바라봐 온 지금까지의 판을 다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세맨' 트럼프 예고에 긴급 회의…무역 구조 개편 등 과제 산적
연합뉴스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방침을 밝혔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는 추가로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 미국의 최우방국이며 동맹국이지만 정책 관철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성태윤 정책실장 주재로 '미국 신행정부 통상·관세 정책 관련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열고 트럼프 2기 통상·관세 정책 방향과 이에 따른 예상 영향,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와 관련 "현실화될 경우 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하는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면밀하게 대응하고 미국과의 접촉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관세 부과 영향도 점검하면서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우리 진출 업체 대부분은 내수 위주로 생산 중이고 미국 수출은 크지 않아 관세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경우,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며, 제3국에서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미국이 개별 준비해 온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사후적으로 각각 대응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시나리오별 종합 대응 방안을 점검·강화하고 우리의 협상 제고 방안을 사전에 준비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미국 서민들은 8%대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트럼프 당선이 미국의 경제적 문제에 기인한 만큼, 그의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은 예고됐지만, 그럼에도 가까운 동맹국들까지 직격한 관세 방침의 수위는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역의존도가 75%에 달하는 우리로선 직격탄"이라며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미국산 부품을 이용하고,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