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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범위를 확대 해석한 한국의 언론보도를 해명하는 등 한국의 우려에 공감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동아시아 안보정책의 주요 내용으로 인식하는 만큼, 한국의 입장이 미일의 관련 논의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대상에 한반도가 포함된다'고 언급했다는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미 측이 해당 발언을 한 바 없다고 먼저 알려왔다"며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 당국자의 언급을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와 연관시켜 기사화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측의 이같은 조치는 그만큼 미국이 집단적자위권과 관련한 한국의 여론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사실상 대중국 포위망인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정책은 한일의 군사협력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역대 최악인 최근 한일관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한국 감정을 자극해 안그래도 냉각 상태인 한일 관계를 더 얼어붙게 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범위에 대해서도 '미일 동맹의 틀' 안에서 억제한다는 입장을 한국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며 "한국이 반발하는 상황은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배치되는 만큼 그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제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이를테면 한국전쟁과 같은 유사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할 가능성은 사라지는 것일까. 이런 가상 시나리오와 관련해 외교부는 "아직 집단적자위권과 관련해 미일이 구체적인 논의를 진전시킨 바 없는 만큼 예단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 우리의 요청이 없는 한 용인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동의'와 관련된 부분은 굳이 입장을 정할 필요도 없이,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권리다. 현재 정부의 입장은 좋게 말하면 '원론적', 비판적으로 보자면 '하나마나한' 수준인 것이다. 외교부는 자위대가 미군을 한반도로 후송, 경호하는 수준까지는 국제법 상으로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자체 판단을 하는 등 나름의 대응 수위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한 뒤 한국전쟁이라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상정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정부 당국자는 "만약 북한이 적군이 된다면, 전쟁의 목표는 승리하는 것이고, 그 승리를 위해서 자원을 집중하는 게 당연한 논리"라면서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북한이 도발한다면, 지금 일본에 적대적인 여론도 일본의 군사력에 도움을 받는 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진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본보다 더 나쁜 상대하고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미 간 안보이익의 '틈'도 있다. 북한을 적국인 동시에 통일의 동반자로서 상정하고 있는 한국 입장과 견제 대상이라고만 판단하는 미국 사이에 생기는 틈이다. 여기에 미국에겐 가상적국인 중국이 우리에겐 동반자 관계다. 집단적자위권과 관련한 미일 간 논의에 한국이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제한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