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석래(78)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44) 변호사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효성그룹에 대한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뒤 조 회장 직계가족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를 시작으로 검찰이 조만간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소환 조사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지난 주말 조현문 변호사를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와관련, 검찰관계자는 "조 변호사를 주말에 소환조사한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혐의 사실과 조사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관계자도 "수사는 흐르는 물과 같다"며 "바위를 만나면 잠시 흐름이 늦어질 지 모르지만, 이내 바위를 돌아서 흘러가기 마련"이라며 효성그룹 수사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검찰은 조 변호사를 상대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에 걸쳐 1조 원대 분식회계를 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 조 회장 등 경영진이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효성 측이 1996년 싱가포르 법인 명의로 외국계 은행에서 수백억을 대출받아 그룹 임원 명의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해 국내 주식을 매매했다는 의혹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효성 측이 지난해 11월 효성캐피탈로부터 조 변호사 명의로 본인 모르게 50억 원을 대출받았다는 '도명 대출' 의혹과 효성캐피탈이 지난 10년 동안 조 회장 일가와 ㈜효성 임직원들에 대해 4,300억 원을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조 변호사 조사의 성과가)많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조 변호사에 대한 조사에 소기 성과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조 변호사에 대한 조사에 앞서 조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고모 상무와 전·현직 재무담당 상무, 해외법인 관계자들을 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임직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앞두고 조 회장은 "절대 감옥에 갈 수 없다"며 임직원들을 상대로 '사실상 진술 거부 지시'를 내렸고, 대부분의 임직원들을 조 회장 일가의 혐의와 관련된 진술을 최대한 하지 않거나 종전 진술을 번복하는 형식으로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조 회장 일가와 마찰을 빚은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최근에는 효성캐피탈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차명대출이 이뤄졌다고 밝히는 등 가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조 변호사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고, 효성 임직원 일부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수사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변호사 등에 대한 조사와 별개로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효성그룹 세무조사 자료와 효성 본사 및 조 회장의 자택 등에 확보한 자료, 효성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내용 등을 바탕으로 조 회장 일가가 효성그룹의 수천억 대 세금을 탈루 과정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진술과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