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국회의석 확보 지시"...노동부도 안보교육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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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직원 등 대상 광범위한 이념 교육...보훈처장 유관단체 ‘국발협’ 강사가 강의

한국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홈페이지 캡쳐)

 

대통령 선거가 있던 지난해 3월 20일 노동부 산하 국책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에서는 북한, 이념, 체제 등을 소재로 한 안보교육이 진행됐다.

강사로는 최근 편향적인 안보교육 논란의 중심인물로 부상한 박승춘 국가보훈처 처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소속 회원인 이 모 씨가 나섰다.

이 대학은 지난해 서울, 인천, 화성, 강릉, 원주 등 전국 12개 캠퍼스에서 모두 36차례에 걸쳐 비슷한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내용에 대해 폴리텍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올해 6월 원주캠퍼스 강의 자료를 살펴보면 이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자유는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강의 자료에는 출처 불명의 문서를 바탕으로 ‘북한이 대남공작원들에게 남조선에 내려가 지식인, 진보의 탈을 쓰고 박혀 남남갈등을 적극 조장하고 국회에도 프락치공작에 그치지 말고 의석을 확보하는 공작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올해 6월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에서 실시된 안보교육 자료 일부

 

문제의 교육을 받은 순진한 사람이라면 진보세력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세력 쯤으로 오해할 여지가 커 보인다.

특히 ‘국회 의석 확보 지시’ 대목에는 현재 국회에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주장이 담겨있다.

이 같은 교육은 상당히 은밀하고도 교묘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원주캠퍼스 관계자는 “위에서 교육을 시키자고 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캠퍼스에서도 광범위하게 교육이 진행됐다’는 말을 기자에게서 전해 듣고는 그제서야 “우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만약 그렇다면 좀 이상하다”고 놀라워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상부의 강압에 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의 교육이 보훈처가 주관한 ‘나라사랑교육’이 실시되기 시작한 2011년부터 비로소 진행돼 왔다는 점과 박승춘 보훈처장이 설립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소속 전문강사들이 강사로 나섰다는 점에서 국가보훈처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있다.

나라사랑교육은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 최근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원주캠퍼스에서 활용된 문제의 강의안 역시 육군 산하 ‘육군리더십센터’에서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교육이 보훈처와 국정원, 국방부 등 공안기관의 협조하에 체계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폴리텍대학 뿐 아니라 지난해 부산고용노동청, 대구고용노동청 등 지청에서도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소속 강사를 앞세우고 안보교육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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