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도박·알코올 취급받는 대한민국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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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대 중독'으로 규제 움직임..K-IDEA “대표산업 발등 찍는 쇄국정책”

근조 표시가 붙은 K-IDEA 홈페이지의 모습.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힘이 나질 않아요. 기운이 빠지고 의욕이 상실돼 버렸어요. 게임이 가진 순기능도 많은데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만난 한 국내 게임업체 홍보실장은 저평가 되고 있는 게임산업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푸념했다. 그는 “게임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요즘 들어 너무 힘들다”며 “이제는 경제적 가치 마저 통하지 않은 듯 보이니 크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올해 10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정작 업계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외에선 한국의 발전된 게임문화와 산업에 대해 경외심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에선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옛 게임산업협회)가 성명서를 내고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우리 10만 게임 산업인은 마약 제조업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협회가 강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최근 게임을 마약·도박·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 중 하나로 규정하고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대한민국 게임산업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협회는 이에 대해 “게임 산업을 중독산업으로 간주하고 규제하려는 중독법은 구한 말 추진됐던 쇄국정책의 2013년 버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게임산업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10만 명의 산업역군들이 종사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산업인데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의 우수 산업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사례가 없는 마당에 스스로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제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행위라는 것이다.

협회는 게임을 4대 중독물로 규정하고 보건복지부에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독법’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로 지난 24일 홈페이지 첫 화면에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 문구(사진)를 내걸었다. 이번 주부터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게임산업은 이미 이중삼중 규제에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산업 생태계 또한 열악해져서 투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런 마당에 보건복지부까지 나서서 게임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겠다고 타 부처와 밥그릇 싸움을 하는 모습에 깊은 환멸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8조 8047억 원) 대비 10.8% 성장한 9조 7525억 원으로 집계됐다. 게임산업은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해 올해 10조 원을 돌파하고 오는 2015년에는 12조 원에 근접하는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외형 성장과 달리 최근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속내를 살펴보면 규제에 묶여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에서 개발된 신작 게임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등급 분류를 신청한 온라인게임 수의 경우 지난 2009년 대비 약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플랫폼 수수료에 의한 수익률 하락으로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이에 대해 한 국내 게임 개발업체 임원은 “게임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식 제고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은 국내에서 저급한 문화로 여겨지고 있다. 5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간 정부차원에서는 수출이나 기술지원 등 개발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있었지만 문화적인 성숙을 기대할 수 있는 지원은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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