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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요즘 정치권과 그 주변에서는 ‘셀프’ 가 유행이다. 최근의 히트작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저를 감찰해 주십시오.” 이른 바 ‘셀프감찰’이다.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넣거나 잘못한 일이 있는지 감찰해 달라는 것인데 검찰 최초의 사태라고.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관련해서는 셀프가 시리즈로 이어진다. 시작은 ‘셀프감금’이다. 불법감금이냐 셀프감금이냐를 놓고 여야 간 설전을 벌였지만 국정원 여직원 김 모 씨가 그 안에서 댓글 삭제 등 증거인멸을 저지르면서 셀프감금으로 판명 났다.


◈ 잠깐만요, 우리끼리 셀프하고 가실게요 ~~~!

윤석렬 여주지청장(송은석 기자)

 

이 사건으로 검찰은 ‘셀프감찰’에 이어 ‘셀프전결’도 생겨났다. 검찰의 윤석렬 여주지청장은 서울지검 특별수사팀을 맡아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며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고 압수수색하다가 상관이 막아설 게 뻔하다고 판단되자 더 이상의 지휘결재 절차를 생략한다. 셀프 전결 처리.

불똥은 국방부로 튄다.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소속 요원들의 대선 개입 정치 댓글이 문제가 되자 국방부는 스스로 조사하고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셀프 조사. 그런데 순수한 개인적인 댓글놀이였다고 발표하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이제는 셀프수사로 바꾸겠다고. 사이버 사령부는 대북한 심리전, 대북한 사이버전을 펴는 곳인 모양인데 국민을 상대로 국가안보와 관련 없는 ‘셀프 작전’을 펴다니.

그 다음은 셀프개혁. 박근혜 대통령이 말 많고 탈 많은 국정원에게 ‘개혁안을 알아서 잘 마련해 주세요!’라며 셀프개혁을 주문하며 생긴 유행어.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에 나선 대학생들은 배후에 야당이 있다는 여권의 공격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정치단체에도 가입한 바 없다” 며 셀프 사상검증을 내놓아 이래저래 셀프 전성시대.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셀프국감’.

새누리당 모 의원은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는 국정감사 피수감기관이다.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나서야 하니 의원님이 직접 증인이 되셨다. 그런데 첫 질문에 나선 새누리당의 다른 모 의원. 이 사람은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이다. 국감에서 국회의원 부회장이 질문 드리고 국회의원 회장님이 답하신다.

“우리 단체는 이런 일 저런 사업으로 생활체육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들 하는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 “네 크게 기여했죠.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우리끼리 셀프하고 가실게요 ~!

국회의 셀프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역시 세비 셀프 인상이다. 국회의원이 받는 봉급, 이른바 의원세비는 지난 12년 간 몇 % 인상됐을까? 163% 올랐다. 현재는 1인당 1억4천6백만 원 정도 받는다.

‘셀프 삭제’도 있다. 지난 대선 때 분명히 여야 의원들은 정치쇄신 하겠다며 세비 30%를 삭감하자고 ‘셀프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선거 끝나자 즉시 입 다물고 모른 척. 국회의원 세비는 국회의원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민간위원회를 만들어 평가결정하자.

◈ 셀프 디스에 당황하셨어요 ???

‘셀프 디스 ’라는 것도 있다. 셀프 디스는 스스로 깎아내린다는 신조어.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부실한 기금투자와 방만한 경영을 일삼았다고 마구 야단쳤다. 그러자 공제회 정 모 감사가 증인으로 나서 하는 말.
“전.현직 국회의원 보좌관들에게 골프접대 하느라 돈 많이 들어갔습니다”
갑자기 썰렁, 여태 셀프디스하고 있었던 셈.

18일 산업통상위원회 국정감사, 새누리당 모 의원.
“중소기업 수출업무를 지원할 무역투자진흥공사 해외주재관이 고위공직자 영접이나 나오고 할 일 안하고 높은 분 모시기만 급급한 거 아니냐?” “거기에 국회의원들도 여럿 들어간다”
동료 의원들, “아 그건 ... 옛날에 그랬단 거겠지 .... 누가 요즘에 ...”
셀프 디스에 당황하셨어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셀프 디스 의 시작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미국에 가서 황당한 사건을 벌이고 도망쳐 귀국한 뒤 “대통령과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며 4줄짜리 짤막한 셀프사과문을 발표해 셀프 디스의 원조가 됐다. 그러나 청와대 즉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한 입장에서 사고 친 사람이 대통령께 사과드린다고?

‘셀프’ 라는 말이 정치 안으로 들어 온 계기는 2004년 3월 ‘물은 셀프’ 사건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야당인 민주당에게 국민 비난이 빗발치고 KBS가 이를 열심히 보도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KBS를 항의 방문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이 왔는데 ‘물도 한 잔 대접 않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인터넷에 등장한 합성 사진 속 KBS 건물에 현수막이 나붙었다. “물은 셀프”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 내외는 이 나라 최고훈장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수여받기로 스스로 결정했다. 무궁화 대훈장은 만드는데 들어가는 금만 190돈. 5천만 원 가까이 든다. 둘이 합쳐 1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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