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보닛을 열 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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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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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의 클린 카 톡(Clean Car Talk)

운전면허는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권리를 운전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대신 목숨을 담보로 한다.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말이다.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운전면허 취득과 관련해서 소홀해선 안 된다.

1종 보통면허를 갖고 있는 이는 10t 트럭도 몰 수 있다. 엄밀히 얘기하면 적재중량 12t 미만 화물자동차 운전, 총중량 10t 미만의 특수차도 운전이 가능하다. 15인 이하의 승합차와 3t 미만의 건설기계 운전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만큼 1종 보통면허 하나에 수많은 권리를 주는 곳도 드물다. 그래서 너나 할 것없이 면허 취득에 힘쓰는가 보다.

(사진=더 스쿠프 제공)

 

아직 국내 면허기준은 체계적이지 못하다. 물론 더 큰 트레일러나 견인차라고 하는 레커를 몰기 위해선 특수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대부분의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대형 면허도 있지만 이것으로는 현재의 다양화된 차종을 모두 커버하지 못한다.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캠핑용 차량만 봐도 알 수 있다. 3t 미만의 조그만 견인차를 운전하는 것은 가능해도 더 큰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은 이런 기준을 잘 모르고, 정부의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일반 운전면허 취득절차를 간소화했다.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결과, 최근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게 과거에 비해 쉬워졌다. 우스갯소리로 하루만에 면허를 취득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초보운전자 중에는 오직 전진만 할 줄 아는 운전자도 있다. 엔진 보닛은 열지 못하고, 타이어 펑크 수리는 꿈도 못 꾸는 운전자도 제법 많다.

◈ 운전면허 간소화, 최선인가

심각한 수준이다. 운전면허는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권리를 운전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대신 목숨을 담보로 한다.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말이다.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운전면허 취득과 관련해서 소홀해선 안 된다. 하지만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간소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

운전면허 제도 자문을 한 필자로서는 대통령 한마디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해 아쉬울 따름이다. 선진국에서 운전면허 취득이나 기준을 심사숙고하는 이유를 알았으면 한다. 보통면허의 범위를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은 차종이나 총중량 개념을 세분화하고 있다. 최소한 대형 화물이나 견인차의 경우 별도로 면허를 분리하거나 별도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종 보통면허는 남성이, 2종은 여성이 많이 취득한다. 또 자동변속기 면허도 별도로 있어 절름발이 형태의 운전을 하고 있다. 설사 1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있어도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동변속기 차량만을 공급하고, 가솔린 기반인 큰 차를 좋아하는 국내 에너지 낭비의 극한을 달리는 시스템도 한몫하고 있다.

이륜차 면허문제도 심각하다. 2종 소형면허를 별도로 취득해야 하는데 안전과는 관계없이 기술만을 익히는 방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륜차가 일반 자동차에 비해 높은 사망률과 안전도 부분에서 취약한 만큼 안전교육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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