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곰군단' 두산이 치열한 명승부 끝에 '어게인 2010'을 완성했다. 벼랑 끝에서 3연승을 거두는 저력을 과시했다.
두산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한국야구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PO 5차전에서 연장 13회초 터진 대타 최준석의 극적인 결승 솔로 홈런과 선발 유희관의 7이닝 무실점 역투로 8-5 승리를 거뒀다.
2연패로 몰렸던 두산은 내리 3연승을 따내는 뒷심으로 PO에 진출했다. 두산은 오는 16일부터 정규리그 2위 LG와 5전3승제 PO를 치른다.
역대 준PO에서 2연패 뒤 3연승으로 다음 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두산뿐이다. 두산은 지난 2010년에도 롯데에 2연패 뒤 3연승을 거두고 PO에 나섰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도 2연패 뒤 시리즈를 싹쓸이한 것은 이번을 포함, 6번뿐인 진기록이다.
결승 홈런의 주인공 최준석이 준PO MVP에 올랐다. 최준석은 3-3으로 맞선 연장 13회초 대타로 나와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최준석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68표 중 35표를 얻어 31표를 얻은 팀 동료 유희관을 제쳤다. 3차전에서도 최준석은 솔로 홈런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놓은 바 있다.
5차전 선발 투수 유희관은 5차전 MVP에 올랐다. 이날 유희관은 7회까지 몸에 맞는 볼 1개만 내주고 삼진을 무려 9개나 잡아내는 노히트 노런 피칭을 펼쳤다. 3-0으로 앞선 8회 선두 타자 김민성에게 안타를 내준 뒤 박수 속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만 불펜진 난조로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유희관은 지난 9일 2차전에서도 팀은 비록 졌지만 7⅓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를 선보인 바 있다. 이원석은 4회 선제 3점 홈런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놨고 오재원은 연장 13회 쐐기를 박는 3점포를 터뜨렸다.
반면 넥센은 PO 진출 눈앞에서 내리 3연패, 가을야구를 아쉬움 속에 마무리했다. 2008년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하며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박병호는 0-3으로 뒤진 9회말 2사에서 극적인 동점 3점포를 터뜨렸지만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3차전까지 잇딴 졸전으로 빈축을 샀던 준PO에서 비로소 가을야구다운 명승부가 펼쳐졌다. 한편의 영화를 보듯 팽팽한 긴장감과 극적인 반전, 환희와 비통이 교차했다.
먼저 기세를 올린 것은 두산이었다. 4회 이원석이 넥센 선발 나이트를 상대로 선제 3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선발 유희관도 7회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두산의 승리가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넥센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0-3으로 뒤진 9회말 투아웃에서 정규리그 홈런(37개), 타점(117개) 1위 박병호가 두산 필승카드 니퍼트로부터 거짓말같은 동점 3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두산의 다잡은 승리를 빼앗은 한방이었고 순식간에 분위기는 넥센으로 흘렀다.
두산은 그러나 뚝심의 팀이었다. 3-3으로 맞선 연장 13회초 대타 최준석이 상대 5번째 투수 강윤구의 5구째 시속 145km 바깥쪽 낮은 직구를 걷어올려 중월 솔로 아치를 그쳤다. 기세가 오른 두산은 민병헌의 1타점 2루타와 오재원의 3점 홈런으로 8-3까지 앞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목동=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