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에 이어 동양그룹, 해체 수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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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위기를 더욱 키워

(황진환 기자)

 

재계 순위 13위의 STX 그룹에 이어 38위권의 동양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이면서 경기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STX 그룹과 동양그룹에 이어 그 다음은 어디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미뤄 사태를 키운 동양 그룹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확대를 통제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동양그룹, 사실상 공중분해

시장의 신뢰를 잃어 유동성 위기에 놓인 동양그룹이 30일 부도를 막기 위해 (주)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은 이날로 만기가 돌아온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전부 갚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수용하면 60년이 넘는 전통의 동양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채무 변제를 위해 주요 계열사에 보유 지분 등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본 감소와 출자 전환으로 현재현 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져 그룹 지배력을 잃게 될 전망입니다.

동양그룹 지배구조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로 이뤄져 있는데,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레저는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어 이 회사가 빠지면 지배구조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다만 핵심 사업인 동양시멘트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통해 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양네트웍스의 경우 추가법정관리 신청이 검토되고, 동양파워는 삼척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갖고 있어 다른 대기업에서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 동양그룹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위기 심화

STX 그룹이 과잉투자의 덧에 걸렸다면 동양그룹은 구조조정을 미루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핵심 사업인 시멘트 레미콘 사업이 불황을 맞았지만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실패해 결국 주저앉게 된 것이다.

특히 동양그룹은 구조조정을 미루는 과정에서 1조 4천억 원이 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개인투자자에게 팔며 근근이 연명을 했지만, 막판에 형제기업인 오리온마저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서 부도 위기에 몰렸다.

동양그룹은 29일까지만 해도 주방가전 전문 기업인 동양매직을 팔아 위기를 넘기려 했으나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선협상대상자인 KTB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인수대금 납입 연기를 통보하면서 불발로 끝났다.

핵심 계열사 매각 등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선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위기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 위기 속에서도 동양 경영진은 고액 연봉 잔치

동양그룹은 회사가 위기에 봉착하는 상황에서도 임원들에게 고액 연봉을 제공하는 등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동양은 지난해 등기이사 10명에게 1인당 평균 5억6700만원의 연봉을 지급했는데 2011년에 비해 27.1% 인상된 것이다. 동양시멘트도 등기이사 연봉을 같은 기간 평균 31.8% 인상했다.

◈ STX, 동양그룹 다음 타자는 어디?

물론 대기업이 연달아 무너진다고 해서 한국경제가 시스템 리스크에 처할 정도로 허약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STX와 동양그룹 등 대기업의 공중분해가 경제적 활력을 꺾는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STX와 동양그룹에 이어 그 다음은 어디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조 4천억 원이 넘는 돈을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좌절감이 일반 서민들의 가계를 짓누르는 악재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담보권 설정으로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으나 개인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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