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에서 "일단 빼자" 사흘째 인출 행렬…강도는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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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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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펀드서 1조원 이탈 추정…전날의 절반 규모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의 여파로 핵심 계열사인 동양증권 투자자들의 탈출 행렬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다만 자금이탈 규모는 전날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완화됐다.

◇ "일단 빼자" 인출 행렬 사흘째 이어져
25일 하루 동안 300명 가까운 고객이 서울 여의도 동양증권 여의도지점을 찾았다.
이중 상당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해지하거나 펀드를 환매하려는 고객들이었다.
보안 문제로 사내에서 인터넷을 쓸 수 없어 영업점을 찾았다는 회사원 강모씨(49·여)는 "안전하고 예금자 보호가 된다고 해도 피곤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만약의 경우 돈이 일시적으로 묶이는 상황이 생길까 꺼려진다"면서 "요새 증권사 업황이 많이 안 좋다고들 하는데 이번 상황이 혹시 일종의 신호탄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순서를 기다리던 A씨(54)는 증권사에 예치한 자산은 별도기관에 예탁돼 안전하다는 금융당국의 설명에 대해 "그걸 누가 믿겠느냐"면서 "저축은행 사태 때처럼 항상 안전하다고만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50대 여성은 "예금을 모두 인출해서 다른 사람에게 부쳐주기로 했다"면서 순번표 발급기로 발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450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던 전날보다는 안정된 분위기였다.
동양증권 강남지점과 압구정지점 등 여타 지점에서도 인출 행렬은 여전했지만 자산을 빼내는 고객의 수는 많이 줄었다.
W 프레스티지 강남센터의 경우 고객들의 인출 요구나 문의 건수가 전날의 50% 수준으로 감소했다.
강남센터 관계자는 "어제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는데 오늘 오후에는 한때 내방객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동양증권 금융센터 압구정본부점 관계자는 "고객의 자산이 안전하다는 점을 많이들 이해해 주신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과 동양증권 측은 이날 자금 유출 규모가 23∼24일의 절반 또는 그 이하로 줄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5일에는 전날에 비해 (유출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동양증권 측도 "오후 4시 기준으로 오늘 하루 유출된 금액이 23∼24일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동양증권 CMA와 펀드 등의 자금유출 규모는 23일에는 1조원, 24일에는 2조원 정도다.
업계에선 이를 근거로 이날 하루 동안의 유출액을 대략 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통상 뱅크런이 발생하면 4일간 자금이 빠지다가 5일째부터는 정상화된다"면서 "어제까지 이틀간 큰 자금은 다 나갔고, 내일까지는 인출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금요일부터는 안정을 되찾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 "그룹 리스크 털고 가자"…전화위복 기대도
동양증권 직원과 업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간부급 직원은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라며 "동양증권이 (그룹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 건실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은 주가에 녹아 있다"면서 "동양증권이 그제 하한가를 기록했지만 어제는 반등했고, 오늘도 3%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고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이 직원은 "이번 사태로 많은 고객이 빠져나갔지만 동양증권의 리테일 경쟁력은 여전하다"면서 "한번은 털어내야 할 일이었고, 당장은 수익성이 떨어져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뭔가 급진적인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증권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동양그룹의 이미지 실추로 고객의 신뢰를 잃고 출금 행렬이 이어지면서 대형사에서 중소형사로 사세가 기울 것이 우려된다"면서 "개인적으로 현재 브랜드로 하는 장사는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브로커리지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 기업어음(CP) 문제와 동양파워 등을 정리하면서 동양증권도 이런 우려를 떨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CP 불완전 판매보다 동양증권에서 안전하게 보관된 자산이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동양증권의 고객이탈 사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신 위원장은 "동양그룹의 금융 계열사는 분리가 상당히 잘 돼 있기 때문에 고객 자산이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동양증권은 우량회사여서 고객들이 동요할 이유가 없다"며 사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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