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불체포특권을 잃어 수원남부경찰서에 구금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5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인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경찰서 현관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오전 10시쯤.

이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취재진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이 일순간에 뒤엉켰다.

이 의원은 전날 구금 당시와 같은 검은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밤새 유치장에서 뒤척인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머금었지만 다소 수척한 얼굴이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의원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외마디를 남긴 채 경찰에 이끌려 호송차로 밀려 들어갔다.

이 의원은 태운 호송차는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수원지법에 도착했다.

진보당 지지자 200여명은 오전 9시 30분부터 수원지법 앞 도로에서 ‘이석기 의원 구속수사 반대’, ‘내란음모 조작 국정원 해체’ 등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일부와 악수를 나누기도 했으나 곧 국정원 직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또 취재진에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이를 차단하고 심문실로 들어갔다.

한 집회 참가자는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들이 저지른 대선 개입이라는 씻지 못할 부정을 무마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며 “우리는 진실이 밝혀져 국정원을 심판하는 그 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집회에 참가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모든 적법한 수사 및 사법 절차에는 모두 응하겠다”며 “진실이 밝혀져 무죄가 확인되면 국정원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변호인단의 접견시간이 길어지면서 오전 11시가 지나서야 열렸다.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이 의원에 대한 구속여부는 오후 9시 전후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자신이 이끄는 이른바 'RO(Revolution Organization)' 조직원 130여명과 가진 비밀회합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3∼8월 RO조직원 수백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에 동조하는 발언과 북한 혁명가요인 '혁명동지가', '적기가'(赤旗歌) 등을 부른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2시간여 걸친 영장실질심사 후 구속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수원남부서 유치장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형사소송법 제71조에 따라 미체포 상태에서 강제구인된 이 의원은 수원지법에 인치된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내에 구속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