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찬 그날처럼' 광복절 전야 도심 4만 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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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 이어 노동자대회, 야간 국민문화제 연이어 열려

 

폭염이 기승을 부린 무더운 날씨였지만,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저녁 서울 도심 곳곳은 촛불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저녁 7시부터 열린 제7차 범국민 촛불 문화제가 열린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4만 명(경찰 추산 7500명)이 모여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했다.

시민들은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촛불을 들고 한목소리로 국정원과 현 정권을 규탄했다.

부인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한 손명재(58) 씨는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 자체가 퇴보라고 생각한다”며 “이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의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수원에서 온 직장인 이한민(50) 씨는 “미국 워터게이트는 이보다 못한 일이었는데도 닉슨 대통령이 하야했는데, 현 정권은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광복절은 기쁜 날이고 기분 좋게 즐거움을 나눠야 할 날인데, 오늘은 슬프고 분노해서 나온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발언에 나선 정치인들은 이날 국정조사 특위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것을 언급하며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촛불을 든 10만 국민의 힘으로 사건 초기부터 물타기로 일관하던 새누리당이 조금씩 밀리고 있다”며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박근혜 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 촛불 문화제가 끝난 뒤 곧바로 민주노총 주최로 ‘8·15 전국노동자대회’가 집회 측 추산 5000명(경찰 추산 2000명)이 모인 가운데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공공기관 민영화도 막아내고 국정원에 의해 조작되고 침체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도 계속하자”며 “80만 조합원의 단결된 힘이라면 분단의 아픔도 통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15일 자정부터는 통합진보당과 한국진보연대 등 47개 단체가 참여한 '8·15자주통일대회'의 주최로 광복 68주년 기념 국민문화제가 열렸다.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상영이 마치는 새벽 4시 30분까지 이어진 국민문화제엔 촛불 문화제 때부터 줄곧 자리를 지킨 시민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직장인 이성민(30·여) 씨는 “예전엔 6·15공동선언처럼 남북관계가 좋고 국민들도 통일을 염원하는 분위기가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남북관계도 안 좋고 정권의 의지도 없다”며 “국정원 문제 등 정권 차원에서 앞장서서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워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딸과 함께 촛불문화제부터 지켜봤다는 장동원(44) 씨도 “8·15는 민족 최대의 명절 아니냐, 우리 남북이 하루빨리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아이들 시대엔 민족이 하나로 모여 잘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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