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활 '국궁' 장인들이 폭염 거리 나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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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상한제 등으로 생존권 막혀"…협회 "저변확대 위한 것" 반박

 

우리 전통 활인 '국궁' 장인들이 35도 안팎을 오가는 무더운 날씨에도 연일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평균 나이 환갑인 이들이 '궁시제작자 피해자 대책위원회'(이하 궁대위)를 구성해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앞에서 '생존권'을 외치는 이유는 뭘까.

9일 시위 현장에서 만난 김모(67) 씨는 20년 동안 국궁 전국대표로 활약해오다, 지난 2005년 노후자금을 모두 쏟아부어 개량 활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30년 동안 전통 국궁만 만들어온 장인 박모(50) 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무형문화재인 스승에게서 사사받은 박 씨는 누구보다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전통 활과 화살을 만들어왔다.

반평생을 국궁과 함께 해온 이들 장인 10여 명에게 '담합'이란 낙인이 찍힌 건 4년전인 지난 2009년. 이후 이들의 생계수단은 졸지에 막혀버렸다.

◈대한민국 궁시 장인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당시 대한궁도협회는 협회 공인을 받아야만 궁시를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변경했다.

이 제도가 비합리적인 데다 명분도 없을 뿐더러, 궁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게 궁대위측 주장이다.

김 씨는 "궁도협회는 궁시의 품질이나 규격 등은 무시한 채 가격 상한제를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궁시를 구입한 궁도인들의 신상을 기록해 6개월마다 보고하라고도 했다"고 성토했다.

공인인증제 시행 전만 해도 전통 활인 각궁은 최고 65만 원에, 개량 활인 카본 궁은 최고 25만 원에 팔렸다.

하지만 궁도협회는 각궁 55만 원, 카본 궁 20만원으로 가격 상한선을 정했다. 보다 많은 궁도인들이 싼 가격에 궁시를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게 협회측이 밝힌 취지다.

그러나 궁대위 측은 "가격이 높은 것은 그만큼 궁시에 들어가는 재료나 기술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가격 상한선을 맞추면 궁시의 질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궁대위 회원 가운데는 무형문화재도 있다"며 "문화재 가격을 일방적으로 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문화재 전수는 또 어떻게 하겠냐는 것.

이런 이유들 때문에 궁대위는 협회 공인을 거부했고, 이후로 이들의 '단합'은 '담합'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공인받으려면 담합 인정하라" 강요받기도

이후 궁도협회는 "담합을 인정하면 공인해주겠다"며 회유와 강요를 번갈아 하고 있다는 게 궁대위측 주장이다.

궁시 판로가 막혀 생계수단이 끊긴 궁대위는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사업을 아예 접거나, 나이도 많은데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진 회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시 "국궁의 전통을 이어가고자 모임을 만들었지만 궁도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단합’ 행위가 없을 것임을 약속드린다”는 사과문을 보내 통사정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격상한제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궁도협회 입장은 돌변했다. 지난 4월 궁대위는 다시 공인을 신청했지만, 협회 측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신규업체에는 공인을 못 준다”는 내용이었다.

궁대위 측는 “우리의 기술이나 사업성이 높아 판매를 하게 되면 시장이 쏠릴 걸 견제하는 것"이라며 울분을 표시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스승들도, 처음으로 개량 궁을 만든 제작자도 모두 궁대위에 포함돼있지만 이대로 가면 전통 활의 명맥이 끊길 판이란 얘기다.

◈궁도협회 "궁시 품질은 대동소이…자기들이 밥상 찬 것"

하지만 궁도협회 측 입장은 사뭇 다르다. “공인제도는 국궁의 저변확대와 가격정상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일 뿐”이란 것.

협회 측은 “예전에는 궁시 가격이 자꾸 올라가 회원들의 불만이 컸다"며 "회원들을 위해 가격상한선을 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 승소 판결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국궁은 양궁처럼 정밀한 경기가 아니므로 궁시의 품질 차이가 대동소이하다는 것. 또 가격 2년전에 각궁 60만 원, 카본 궁 23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협회 관계자는 궁대위에 대해 “우리가 밥상을 뺏은 게 아니라 고객보다 사익을 더 중요시하니까 본인들이 밥상을 차고 나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국궁 시장문화를 교란하는 담합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한 공인은 불가능하다"며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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