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정원 댓글 은폐 혐의 전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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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몰랐다" 은폐 지시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가 25일 경찰청 기관보고를 받기로 한 가운데 경찰이 댓글사건 은폐·축소 혐의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한 검찰의 수사결과를 사실상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대선 직전 이른바 ‘국정원 댓글녀 사건’에 대한 허위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게 하는 등 선거운동을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용판 전 청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은 지난해 12월 14∼16일까지 분석한 결과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등이 인터넷에서 여야 대선후보에 관한 다수의 글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 등이 40개의 아이디·닉네임으로 인터넷커뮤니티사이트와 언론사사이트에 2만여 차례 접속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거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다수 올린 것을 알아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분석관들은 확인한 정치·선거 자료 출력물이 100여쪽에 달한다며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검찰이 확보한 12월 14일 새벽 디지털증거분석실 녹화영상에서는 분석관들이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행위 단서를 찾아낸 뒤 서로 격려하며 기뻐하는 모습도 있다.

김 전 청장은 12월 15일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었던 최현락 경찰청 수사국장 등으로부터 이같은 보고를 받았으나 수서경찰서에는 분석결과를 넘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김 전 청장은 이어 최 국장 등으로부터 2012년 10월 이후에는 박근혜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한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하자는 건의를 받고 이를 승인했다.

김 전 청장은 이틑날인 16일 최 국장 등과 회의를 갖고 같은날 밤 11시에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먼저 배포한 뒤 12월 17일 오전 9시에 브리핑을 하기로 정했다.

이에 따라 당시 수사주체였던 수서경찰서는 증거분석 결과를 알지도 못한 채 김 전 청장 등 몇몇 경찰간부들이 허위로 작성·승인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수서경찰서는 증거분석결과를 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으나 서울경찰청이 40개의 아이디·닉네임을 넘긴 시점은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새벽 0시 38분쯤이었다.

검찰은 수서서가 40개의 아이디·닉네임을 넘겨받아 하루 만에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인터넷 게시글을 다수 확인했다며 증거를 일찍 인계했다면 상당한 수사 진척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처럼 고위 경찰공무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김 전 청장을 기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검찰수사를 부인하고 있다.

최현락 수사국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댓글이 있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또 허위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법리적 판단을 거쳐 그렇게 한 것”이라며 경찰의 판단을 옹호하고 검찰 수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분석관들이 판단해 가지고 올라왔을 때 저희들도 나름대로 판단이 옳겠구나 이렇게 해서 사후에 동의한 그 정도 사안”이라며 허위 발표의 책임을 분석관들에게 떠넘겼다.

최 국장은 이와 함께 단서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분석관들의 모습을 담은 녹화영상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일부분만 발췌해서 편집한 것”이라며 짜깁기 수사 의혹마저 제기했다.

아울러 김 전 청장이 서울청의 분석결과를 수서경찰서에 넘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최 국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최 국장은 이처럼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은폐 축소 혐의를 전면 부인한 뒤 12월 16일 중간수사결과는 정당했다며 “어떤 정치적인 고려나 판단없이 했다”고 주장했다.

기소된 김 전 청장과 함께 최 국장이 댓글 사건 은폐·축소 전 과정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최 국장의 이같은 주장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전면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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