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꿈과 희망 찾는 끈 놓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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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국 각지에서 희망버스 100여 대 울산으로

 

"저로 인해 꿈과 희망을 찾는 끈을 놓지 마시고 꼭 이루시길…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15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근로자 박정식 씨가 남긴 유서의 내용 중 일부다.

10년 전 현대차 사내하청에 입사한 뒤 힘들다고 혀를 내두르는 24시간 철야 특근도 하고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꾸준히 일했던 평범한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그러던 박 씨는 3년 전, '하청업체 직원도 현대차 직원'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노조에 가입하게 됐다.

'노조에 가입하면 더 빨리 정규직이 되겠구나'라는 순진한 생각에 뒤늦게 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후에 스스로 지적했던 것처럼 처음에는 기회주의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판결이 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법원 판결을 부인하며 꿈쩍도 않는 회사에 분노했고 노조의 사무국장까지 맡게 됐다.

그러는 사이 현대차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닌 일부 정규직 신규 채용 방침을 내세웠다.

노조는 신규채용이 아닌 정규직 전환 주장을 계속 고수했다. 신규채용으로 떠난 비정규직 자리는 결국 또 다른 젊은 비정규직이 채울 것이란 생각이었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게 노조의 최종 목표였다.

하지만 노조원과 비노조원, 노조 안에서도 끝까지 정규직 전환을 고수하는 사람과 신규채용에 지원하려는 사람 간의 갈등이 있었다.

노조 내부에서도 기껏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계속 싸웠지만 그 혜택은 오히려 노조 밖의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생각에 동요되는 분위기였다.

아산공장의 송성훈 지회장은 “비조합원들도 조합원들 내부에서도 많이 혼란스러워 했다. 박 사무국장도 그런 모습 지켜보면서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8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노조원 수는 고작 250명. 대법원 판결이 날 즈음 한 때 350명까지 늘어났던 노조원도 회사의 징계 조치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점점 힘을 잃어갔다.

그런 과정을 지켜봐야했던 박 씨는 한 달 여 전 모바일 메시지에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제일 무서운 적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합에서도 가장 무서운 적이 되었죠”라며 관심을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 희망을 부르짖던 박 씨는 결국 ‘희망과 꿈을 버리고 가는 비겁한 겁쟁이‘라고 스스로 칭하면서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길고도 먼 정규직 전환 몸부림…가위에 눌려 헤어나올 수 없는 기분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망망대해를 건너고 있다는 막막함이다. 판결이 난 지 3년이 지나고, 법원으로부터 현대차 직원이라는 판결을 받은 최병승 씨와 천의병 씨가 철탑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그럴수록 사측은 더욱 강경하게 맞섰다.

박 씨와 비슷한 사정을 겪고 있는 한 자동차 제조업체 비정규직 노조원 A씨는 ‘ 큰 벽’ 에 막힌 듯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A씨는 “비정규직 투쟁 하면서 그런 느낌 많이 받는다. 뭔가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악몽을 꿀 때 아주 크나 큰 게 가는 길을 막아서서 붙잡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청업체 소속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근로조건 향상을 요구하고 싶어도 호소할 데가 없다.

원청에 가면 '우리는 당신들 법적으로 책임질 의무없다' 고 하지만 하청업체에 가면' 당신들도 잘 알듯이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는 바지사장이다’ 라며 서로 미루기만 할 뿐이다.

A씨는 “뭐가 문제가 있긴 있는데 실제로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 투쟁이 극단적으로 갈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만 기아차와 현대중공업, 현대차 촉탁 계약직 등 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잇따라 분신을 하는 등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 판결도 노동자에 유리하게 나고 있지만 달라진 건 없는 현실에 더욱 절망할 뿐이다.

◈희망버스 100대…울산 현대차 공장으로

박 사무국장이 남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제일 무서운 적인 무관심을 깨기 위해 희망버스가 280여 일간 철탑 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병승 씨와 천의병 씨를 찾아간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희망버스 100대는 20일 전국 각지에서 울산 현대차 공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희망버스 이창근 대변인은 “희망버스가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데 안타까움이 있다”며 “희망버스가 이번에는 불법 저질렀음에도 재력으로 덮으려고 있는 한국 사회 재벌의 문제를 정면에서 드러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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