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솔섬' TV광고, 짝퉁사진 사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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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사진 공모전에서 유명작가 사진과 유사한 사진 뽑아 광고에 사용

마이클 케나의 '솔섬'

 

대한항공 광고에 사용된 '솔섬'과 매우 유사한 사진.

 

소나무로 덮인 아담한 섬이 바다 한가운데 놓여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위에 붉은 노을과 섬, 소나무의 모습이 맑게 비친다.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사람 한 명 없는 고요한 풍경만으로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이는 대한항공이 2011년 8월부터 '우리(에게만 있는)나라'라는 문구와 함께 방영한 광고 '솔섬 삼척편'의 한 장면이다. 잔잔한 음악과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으로 큰 인기를 끈 광고였다.

그런데 이 광고를 사이에 두고 유명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 측이 광고주인 대한항공을 상대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케나 측의 한국 에이전시인 K갤러리가 케나의 원본 사진을 모방한 작품을 광고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마이클 케나 작품의 국내 저작권과 판매권을 독점하고 있는 K갤러리는 "광고에 쓰인 사진이 케나의 유명작품 '솔섬'을 모방한 것임을 알면서도 광고에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마이클 케나는 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정적이고 초현실적인 구도의 풍경사진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사진작가다.

한국과 일본의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그가 촬영했던 장소를 찾아 사진을 찍을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2007년 강원도 삼척시에 위치한 속섬(본래 지명)을 찍은 '솔섬(pine tree)'이 매우 유명하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 사진을 모방한 작품을 공모전에서 뽑아 광고에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K갤러리 측 주장이다.

쟁점은 광고에 쓰인 사진이 케나 사진의 모방작이 맞는지 여부다. 광고에 쓰인 사진은 컬러라는 점과 약간의 구도 차이만 빼면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 때 '솔섬' 작품과 거의 흡사하다.

K갤러리 측은 "원래 지명은 '속섬'이지만 케나가 이 사진을 찍은 뒤 '솔섬'으로 불리게 됐다"며 "대한항공 광고속 사진이 모방이 아니라면 '속섬 삼척편'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K갤러리 측은 마이클 케나의 전시회를 준비하다 무산된 적이 있는 대한항공 측이 케나의 작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저작권료 없이 사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측에서도 '솔섬' 사진을 모방한 사진으로 갤럭시S4 광고 시안을 제작했다가 K갤러리 측에서 소송을 준비하자 광고 출시 계획을 접은 사실도 있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실제로 광고를 제작해 방송했다가 소송을 당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지적재산권 분야를 담당하는 한 판사는 "최근 기업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잘 알지 못하거나 중요시하지 않아 종종 이런 소송이 벌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모조작이긴 하지만 저작권법에 걸릴 수 있다"면서 "저작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관행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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