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세계 금융위기, 좀비기업 구조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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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매일 아침 7시-9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벤 버냉키 의장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 엄청난 영향을 끼칠 줄은 몰랐습니다. 코스피 지수 1800선이 어제 붕괴됐죠. 어디까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분은 어떻게 볼까요? 경제개혁연대 소장이십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 (자료사진)

 

◇ 김현정> 주말에 정부가 긴급회의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했고, 어제는 당정회의로 대책까지 논의했는데. 어떻게 코스피가 이렇게 빠집니까?

◆ 김상조> 오늘 아침 9시에 금융시장이 문을 열면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이렇게는 말씀드릴 수가 있는데요.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야기된 심리적 충격은 어느 정도 이제 시장에 다 반영되었다 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뭐냐 하면, 지금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요소가 세계 도처에 잠재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의 어떤 축소 또는 출구전략 구사라는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문제라든지, 또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 또는 아시아 국가들의 여러 가지 위험요인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그런 측면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요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느냐에 따라서 향후에 한국 금융시장의 동향은 매우 달라질 수 있는, 그런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 김현정> 우리 정부는 ‘그래도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서 양호하다. 지금 위기는 과장됐고, 오히려 환율이 이렇게 올라가면 수출이 증대될 수도 있다.’ 좋은 쪽을 이야기하는데, 교수님 어떻게 보세요?

◆ 김상조> 저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즉 학습능력의 결여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김상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위기의 차이점이 뭐냐 하면, 외환위기 때는 아시아국가 또는 한국만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2008년 위기는 말 그대로 글로벌위기이고요. 전 세계의 다양한 위험요소들이 다 한꺼번에 폭발한, 그야말로 이제 구조적인 위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어떤 특정 지표들, 예컨대 외환보유액이나 또는 경상수지 흑자규모, 또는 재정건전성 상황 이런 것만 보고 한국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는 위기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나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할 수가 있겠고요. 이에 세계 금융상황의 상호작용 속에서 한국의 안정성이 어떻게 위협받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관해서 정부가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요동치지 말라고 해서 안심시키는 건 좋지만 실제로 우리가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김상조> 한 세기 전인 세계대공황에 버금갈 충격이 왔는데요. 이것이 어떻게 한꺼번에 해결이 되겠습니까?

◇ 김현정> 그러면 어떤 대책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 불확실성에서 해방되려면?

◆ 김상조> 사실 이번에 버냉키 의장의 발언 내용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뭐냐 하면 ‘미국의 경제 개선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돈을 푸는 속도를 줄이고. 내년 중반쯤에 돈을 푸는 걸 중단하고, 한 2015년쯤 돼야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이렇게 계획만을 얘기한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당장 돈을 푸는 걸 줄인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이거는 심리적인 부담, 누구나 예상해 왔던 그런 시나리오를 이제 밖으로 꺼냈다는 정도에 불과하고.

앞으로 미국의 중앙은행이 돈 푸는 걸 줄이고 중단하고, 그리고 드디어는 금리를 인상하는 이런 단계적인 충격이 앞으로 한 1년 반 정도에 걸쳐서 계속 이어질 거고요. 그때마다 한국경제는 지금보다도 더 큰 충격이 밀려올 수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근시안적인 시각만을 가지고 미봉책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이런 외부충격은 우리로서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인 만큼 외부충격이 국내 요인 때문에 증폭되는 그런 위기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국내의 불안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는 쪽에, 그렇게 노력을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국내의 불안요소를 사전에 제거해야 된다는 말씀. 국내의 불안요소라면 뭔가요?

◆ 김상조> 가장 큰 위험요소는 국내의 각 경제주체가 갖고 있는 부채가 너무 크다는 데 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나 또는 정부의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공론화가 되었고, 이에 필요한 대책도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서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정부나 일반 국민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사실은 안정성을 위협하는 너무나 심각한 수준, 매우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기업 부채도 그렇게 많은가요?

◆ 김상조> 네. 2005년 이후부터 가계부채나 정부부채의 규모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기업부채의 규모도 빠른 속도로 늘어왔고요. 사실 지금의 GDP 대비 비중으로 본다면, 외환위기 직전 수준에 거의 버금갈 정도로 기업부채의 규모가 상당히 많이 늘어난 상황입니다. 물론 일반 국민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들이 많이 낮아진 거 아니냐?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의 얘기고, 더 나아가서 삼성자동차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량기업들의 얘기고요. 그 이면에는 다수의 부실기업들이 존재를 하는데.

2008년 이후 이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돈을 푸는 방식으로 그 부실기업들을 끌고 왔기 때문에 이른바 좀비 기업들의 문제가 심각하게 존재하고 있고요. 최근에 와서는 건설업이나 조선업, 해운업 등과 같은 특정업종에서의 부실문제는 이제 잠재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실화 됐고요. 이것이 일부 대기업 집단 재벌의 부실로까지 비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부실기업들을 효과적으로 구조 조정하는 쪽으로 이제 노력을 해야 되는데.

문제는 뭐냐 하면, 흔히 박근혜 정부가 금융을 홀대한다고 얘기를 많이 하지만 금융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금융적인 문제에 관해서 사실은 무지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대책이 없고요. 또는 과거에 해 왔던 그런 관치금융 방식으로 이 문제를 은폐하는 데만 급급한 게 아닌가. 이런 것들이 향후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의 축소 또는 출구전략의 이행으로부터 오는 외부적 충격이 국내의 어떤 충격으로 약간 비화될 수 있는 그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부채 줄여야 되고. 결국은 부실기업, 좀비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될 때가 아닌가, 이런 말씀으로 정리가 되네요?

◆ 김상조> 그 부실기업들이 남아있는 한 경제민주화도 되지 않고 창조경제도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좀 더 심각하게 인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오늘은 여기까지 듣는 걸로 하겠습니다. 김상조 교수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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