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3명 중 1명이 위험군이라는 스마트폰 중독. 방치하면 '어린 치매환자'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CBS노컷뉴스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우리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실태와 위험성, 그리고 중독을 막기 위해 가정과 학교, 사회, 기업, 정부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1. 청소년 스마트폰 보유 64%25시대, "댁의 아이는 안녕하십니까?"
2. "유비쿼터스 스마트의 덪", 언제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스마트폰이 중독 키운다.
3. "두살 우리아기가 스마트폰을 조작, 천재아냐?", 스마트폰 중독 방치하면 어린 치매 환자된다.
4. "스마트폰 팔기만 하면 된다" 제조사ㆍ이통사 중독 예방활동 기대 이하!5. '스마트 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 균형잡힌 스마트폰 활용문화 만들어야'
국내 청소년들의 스마폰 중독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스마트폰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국내 중고등학생 3명 중 1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스마트폰 관련 기업들의 예방과 치료 활동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기업들이 나서 예방활동과 기관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 스마트폰 "팔려도 너무 잘 팔린다"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화두는 풀HD급 스마트폰의 출현이다. 픽셀수 400ppi 이상에 1920X1080급 해상도를 자랑하는 풀HD급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인간이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한계 화질을 제공한다. 기술력이 뒷받침되도 그 이상의 화질은 눈이 인식하지 못해 의미가 없다. 영화와 유튜브 동영상, 주변 소리를 담은 대용량 사진 등 콘텐츠 활용도가 커지면서 풀HD급 스마트폰 판매량도 올해 급증했다.
실제로 올해 초 팬택은 가장 먼저 6인치급 '베가 넘버6 풀HD'를 내놓으며 풀HD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했다. 이후 LG전자도 5.5인치 풀HD 스마트폰 '옵티머스 G프로'를 시장에 출시하며 스마트폰 초기 구매자 교체수요를 자극했다.
'옵티머스 G프로'는 출시 4개월만인 지난 18일 국내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8,000대 이상이 팔린 셈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4월말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를 전세계에 동시 출시해 국내에서만 5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업계에서는 재작년에 판매된 갤럭시S2와 아이폰4, 베가레이서의 약정기간이 끝나는 올해 상반기에만 약 500만대의 교체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 역시 법정 보조금을 뛰어넘는 불법 보조금을 시장에 풀며 스마트폰 대중화에 한몫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기본료와 데이터 요금에 따른 이익이 장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어 통신사들은 너도나도 출혈경쟁에 나섰다.
한 초등학교 교실 수업시간 (자료사진)
◆ 팔리는 만큼 병들어 가는 아이들최신 스마트기기와 유해 콘텐츠 범람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비행청소년들이 본드와 가스, 진해거담제 등을 흡입하는 물질중독을 보였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과다 사용에 따른 행위중독 현상이 심각하다. .
실제로 지난해 국내 유아.청소년(6세-19세)들에 대한 스마트기기 보급율은 64.5%. 전년 21.4%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급증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결과).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8개 정부부처가 발표한 스마트폰 중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 청소년 5명 중 1명은 심각한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고등생 3,000명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한 결과 무려 35.2%가 중독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만난 남학생들 대부분은 '리그오브레전드', '모두의 마블' 같은 모바일 게임에 심취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이모 군(15)은 "하루에 13시간 정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며 온라인 대전이 가능한 '리그오브레전드'를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꼽았다.
중학교 2학년 이모 군(14)도 "4명이 같이 할 수 있는 게임 '모두의 마블'이 가장 재밌다"며 "데이터 이용료 등 추가요금도 들지 않아 맘껏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여학생들 대부분은 SNS와 채팅, 웹툰, 쇼핑 등으로 스마트폰을 과잉 사용하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박모(15) 양은 "144회까지 나온 웹툰 치즈인더트랩이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라며 "하루에 3-4시간은 웹툰을 보거나 SNS를 한다"고 말했다.
전자회사 및 통신사들의 경쟁적인 스마트폰 출시 (자료사진)
◆ 나몰라라 하는 관련 기업들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3년 남짓.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청소년들이 게임과 채팅, 웹툰 등을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을 뿐이다.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관련 예방 활동을 펼치는 게 전무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과 관련해 캠페인 등을 진행중인 것는 없다"고 말했다.
상황은 통신사도 마찬가지. SK텔레콤은 지난해 50여명의 대학생자원봉사단 '써니'와 함께 '행복한 모바일 인형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아동센터 등에서 교육봉사를 펼쳤다. 하지만 교육은 올바른 휴대폰 사용예절 등에 초점이 맞춰졌고 스마트폰 과몰입에 대한 예방 커리큘럼은 부족했다.
그나마 해당 프로그램도 지난해 연말을 끝으로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KT만 자사 자사 직원 200명으로 구성된 IT서포터즈를 운영하며 스마트미디어 중독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정보격차 해소와 다문화 가정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졌고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역기능 해소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현재 이와 관련한 청소년 대상 교육과 캠페인은 없지만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제조,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실 한국정보화진흥원 상담센터 책임연구원은 "기업의 역할은 시장에서 아이들이 쓸 수 있고 써도 크게 무리가 없는 다양한 폰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목동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하교하며 스마트폰을 보고있다. (박지환 기자)
이 책임연구원은 "자신들의 자녀들이 이용하는 폰이라고 생각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스마트폰 중독으로 상담센터를 찾아오는 많은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