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의 꽃'이어야 할 팀플이 오히려 상아탑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 상당수 대학생들은 교과수업의 파행과 교우관계의 파탄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팀플을 꼽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모두 4회에 걸쳐 파행 운영되는 대학 팀플의 실태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캠퍼스 속 지뢰, 팀플은 미친 짓이다?
②캠퍼스의 프리라이더…"팀플은 참여 안해도 OK!"
③ 상아탑의 문제아로 전락한 '팀플'…대학당국은 '수수방관'④"우린 팀플이 좋아요!"…캠퍼스에 부는 새바람
강의실 모습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지난해 1학기 유명 사립대 외부강사 A씨는 자신이 맡은 수업의 대부분을 ‘팀플(팀 프로젝트) 또는 조별과제’로 진행했다.
하지만 A씨는 학생들에게 팀플 과제만 시켜놓고 피드백은 고사하고 발표 당일 수업도 빠지는 등 ‘불성실한 강의'로 일관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내내 학과 담당 직원과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A씨는 학생들에게 “수업 방식은 교수의 고유 권한이다. (팀플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라고 시키는 것이니 월권행위는 삼가 달라”며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4학년 B씨(24)는 “참다 못해 결국 수업을 거부했지만 돌아오는 건 F학점뿐이었다”며 "일부 교수나 강사들은 자신들의 수업 편의를 위해 팀플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다음 학기에 강의를 맡지 못했다. 소문을 들은 학생들이 그의 강의를 집단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학내 커뮤니티에는 '조별과제'와 관련해 부정적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출처=학내 커뮤니티 화면 캡쳐/해당 기사 대학교와 관련없음)
◈ 팀플은 교수나 강사를 위한 도구?물론 팀플로 수업을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강의에 임하는 교수나 강사들도 많다. 하지만 수업 진행과 평가의 편의성 때문에 교수진들이 팀플을 불필요하게 도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학내 커뮤니티의 ‘팀플’ 관련 글에는 ‘조별과제 내주는 교수 무책임한 것 같아요’, ‘조별 과제는 교수 편하자고 하는 거’ 등의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팀플에 대해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학내에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학생들은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A대 총학생회장은 “팀플에 대한 학생들의 건의가 들어오더라도 총학 차원에서 교수님이나 학교 측에 수업 방식 자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그나마 학생들이 교수나 학교 측에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는 ‘강의평가’가 유일무이하다.
그렇지만 강의평가 역시 학생과 학교당국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가 되지는 못한다.
S대학교와 D대학교 학사 관계자에 따르면 강의평가의 세부 평가 항목에는 ‘팀플’에 대한 내용이 아예 없었다. 또한 S여대 학사 관계자는 “주관식 평가 문항은 담당 교수님들만 답변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강의평가도 무색... 학생과 학교는 여전히 ‘소통 단절’이처럼 강의평가를 통해 ‘팀플’ 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는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상당수 학교는 ‘팀플’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사항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강의 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는 크지 않다.
한양대학교 4학년 L(27)씨는 “강의평가 주관식란에 ‘팀플’에 대해 불만 사항을 적어봤지만 다음 학기에 개선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캠퍼스라이프 위클리의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48.9%는 ‘강의평가 결과가 다음 수업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학생의 절반은 강의평가의 피드백 작용을 불신하고 있는 셈이다.
팀플을 둘러싼 이같은 ‘소통의 단절’은 학생과 교수 사이의 불신을 키우는 주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마구잡이 팀플의 후유증으로 학생들의 스트레스도 위험수위를 넘었다.
대학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