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형건설사와 설계업체들이 하청업체를 ''들러리''로 세우는 방법으로 입찰을 방해한 정황을 잡고 하청업체 수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최근 대형건설사와 설계업체들의 이미 짜고 공구를 나눈 뒤 상대방이 점찍은 공구 입찰에 사실상 낙찰이 불가능한 하청업체를 내세우는 방법으로 입찰을 방해한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형건설사가 시공능력순위 등이 떨어지는 자신의 하청업체를 특정 공구 입찰에 참여시켜 다른 대형 건설사가 손쉽게 낙찰 받게 하는 방식이다. 다른 업체를 낙찰시킨 업체는 자신이 원하는 공구에서 같은 방식으로 혜택을 받게 된다.
설계와 시공업체가 동시에 입찰하는 ''턴키''방식으로 이뤄진 4대강 사업 1차 입찰에서 대형 설계업체들도 하청업체들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와 짝을 이루게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하청업체로부터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입찰자료 등을 분석해 낙찰받을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들러리''를 선 게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입찰담합 행위는 공정위에서 고발을 해야하지만, 고발이 이뤄지지 않아 입찰방해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건설사 관계자들을 줄소환해 입찰 담합을 시인하는 진술을 받아냈지만, 입찰방해에 대해선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형법상 입찰방해 혐의를 적용하려면 ''위계(僞計·거짓으로 속임)''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건설사들이 단순히 공구를 나눈 행위만으로는 증거력이 약해 검찰은 ''들러리 입찰''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대형 건설업체 16곳과 설계업체 9곳 등 25개사를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도 설계업체 2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입찰 방해와 건설산업기본법(가격 조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비자금 조성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CBS노컷뉴스 정영철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