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휴업체의 단독범행, 우리도 선의의 피해자"
인터넷 가입자 점유율 2위인 ㄱ사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부가서비스 제공업체 A사의 대표가 고객 몰래 27억원의 이용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면서 통신업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고객들의 직접적인 동의 없이 간단한 전산 조작만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0일 ㄱ사 가입자들의 인증코드를 도용해 부가서비스에 가입시킨 뒤 이용료를 챙긴 혐의(컴퓨터사용사기, 개인정보보호법)로 A사 대표 B모(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A사와 사업제휴를 담당하는 ㄱ사 관계자 한 명도 입건해 공모 혐의 등을 수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 등은 자사 상담원들과 함께 ㄱ사 가입자 약 13만 명을 바이러스 진단 서비스에 허위로 가입시킨 뒤 이 가운데 9만 7,000여 명으로부터 한 달에 약 3,300원씩 총 27억 원을 받아챙겼다.
해당 서비스는 "1개월 무료 서비스 체험 후 해제하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자동으로 이용료가 부과된다"는 안내 후 가입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유료로 전환된다.
하지만 B씨의 지시를 받은 A사 상담원들은 ㄱ사가 부여한 가입자 13만 명의 인증코드를 입력해 ''서비스 가입을 위한 고객동의'' 팝업창을 열고 권한없이 부가서비스에 동의했고 A사는 이런 방식으로 가입자들 몰래 부가 수수료를 편취했다.
경찰은 첩보를 입수한 후 ㄱ사와 A사를 전격 압수수색해 두 회사가 수익금을 3대 7로 분배한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두 회사의 공모 여부와 비슷한 유형의 추가 범행이 있는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ㄱ사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 고객 중 속도저하를 겪는 가입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고 이 과정에서 A사가 우리측에 고객동의가 다 됐다고 허위로 보고한 것"이라며 "우리도 사실상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ㄱ사 직원 한명도 경찰조사를 받고 있지만 공모 등이 아닌 단순한 관리소홀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인터넷 부가서비스 업체의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원할한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서는 각종 부가서비스도 병행되야 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객들의 불신이 커질까 우려하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몰래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불안감은 물론 불필요한 서비스를 강제로 가입시키는 것 아니냐는 고객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신이나 유해물 차단, 클린 인터넷 환경 조성 등 건전한 부가서비스 제공업체들 마저도 소비자 기만 등으로 치부될 수 있다"며 "통신사 입장에서 앞으로 고객들을 설득하는 데 상당한 힘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