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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봄. 청년 취업자들의 마음은 혹독한 겨울이다. 지난 3월 청년(15~29세) 고용률은 38.7%로, 3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IMF외환위기 때도 4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던 청년 고용률이었다.
그런데 빈 일자리는 올초부터 계속 늘어나 3월에는 18만5천개의 빈 일자리가 생겨났다. 빈 일자리는 늘어나는데 작금의 청년고용 한파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CBS는 심각한 청년 취업난의 배후에는 고용이 신분이 되는 사회, 즉 ''고용 카스트''가 있다고 봤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걸까. 일단 19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 1994년 vs 2013년.."같은 대학생이 아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시대적 배경이 됐던 1994년만 해도 대학생들의 직업관에는 당시 유행하던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만큼이나 낭만이 있었다.
당시 한 취업정보지가 설문조사를 했더니 졸업 뒤 가장 진출하고 싶은 직종으로 ''''자유직''''이 28.2%로 1위를 했다. 일반기업체는 14.5%, 공기업인 국영기업체는 5.5%, 공무원은 6.4%에 불과했다. 직장 선택 기준에 대해서도 50.1%가 ''''자신의 적성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보수를 선택기준으로 꼽은 대학생은 7.3%에 그쳤다.
2013년, 대학생들의 직업관은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다. 8일 전경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 기업은 대기업(23.6%) 또는 공기업 및 공무원(20.1%)이었다. 20년 전 대학생들은 관심조차 없었던 9급 공무원 시험에도 대졸자들이 몰리는 시대.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대답은 10%에 불과했다.
안정성은 직업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취업 준비생 김모(26)씨는 ''''(중소기업은) 월급도 적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안전성을 따지면 대기업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대학생 7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에 취직하겠다는 취업준비자는 10명 중 2명(23.6%)에 불과했다. 그리고 대학생 4명 중 1명(26.3%)은 ''자신보다 부모가 중소기업 취업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미 청년층 뿐 아니라 기성세대의 사회적 인식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둘 사이를 가로막은 장벽은 매우 공고하다. 노동연구원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이 201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용직과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주변부''''에서 대기업 정규직이 주축인 ''''중심부'''' 노동시장으로 이동한 비중은 고작 3.5%에 불과했다.
◈ "모든 것은 IMF위기 전(前)과 후(後)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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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노동 양극화가 가속화된 IMF외환위기를 그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실업문제만큼 우리 경제의 전체적인 모순이나 갈등을 반영하는 이슈가 없다''''며 문제를 경제구조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외환위기 속에서 대우그룹과 같은 대기업 마저 도산하고 실업자들이 대거 양산된 기억은 구직자들에게 무엇보다 안정된 일자리가 최고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인력을 구조조정하면서 한편으로는 생산을 자본집약적으로 전환했고, 이후 ''''고용 없는 성장''''이 시작된다. 게다가 IMF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내건 근로자 파견법이 1998년 제정돼 기업들이 사내하청과 비정규직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정규직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과당경쟁 등으로 대기업에 예속되기 시작했고, 규모의 경제를 잃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됐다. 허리가 되는 중견기업의 수가 전체 기업의 20% 수준에 그치면서 취업시장은 비중이 10%가 조금 넘는 대기업이 아니면 나머지 영세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됐다.
◈ 좋은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쏟아지는 대졸자들 이 와중에 90년대 초 30%대에 머물던 대학진학률은 이미 80%가 넘었다. 대졸자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일자리의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계속 늘어났다.
현대경제연구원 장후석 연구위원은 ''''매년 70만 명의 청년구직자들이 배출되는데 대부분 대졸자들인 이들이 가고 싶은 대기업이나 공무원, 유명 벤처기업들을 다 합해도 7만 개가 안된다''''고 말했다.
첫 해에 입사에 실패한 구직자들이 이듬해 다시 도전하는 숫자까지 감안하면 경쟁률은 그야말로 치열하다. 청년들은 턱없이 부족한 좋은 일자리만 바라보며 무한경쟁에 나서고, 졸업을 늦춰가며 또 1인당 평균 4,269만원(청년유니온 발표)을 써가며 이른바 ''''스펙 쌓기''''에 내몰린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성공한 소수에게는 ''''그들만의 리그''''가 허락되지만, 낙오한 청년들에게는 더 이상 좋은 일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가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고용이 신분이 되는 사회, 대한민국 고용카스트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이로인한 청년취업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고용률 70% 달성은 불가능하다. 과연 고용카스트를 깰 방책은 있는가. (내일 후속보도로 이어집니다.)기억의>건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