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임을 위한 행진곡, 왜 퇴출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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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라는 이유로 배제하고 새 노래 만들겠다는 건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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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니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동안 5.18 광주민중항쟁(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의 공식노래로 불렸다. 그런데 정부가 새로운 5.18 기념 노래를 제정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기념식에서 퇴출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보훈처에서는 아직 기획단계이고 여론을 수렴하는 단계로 정해진 게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왜 퇴출위기인가?"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라지는 거냐?

= ''결정되지는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럴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결정된 바 없다. 그리고 올해 5.18 33주년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형식적으로 ''제창''이 될지 아니면 ''합창''이 될지 아니면 ''연주''형태로 사용돼 불릴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이번에도 공식행사에 들어간다. 다만 제창이 될지 합창이 될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연주가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주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떤 형식으로 사용될지 결정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행사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공식 식순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에서 제외하려는 것이냐?

= 저도 그게 참 궁금해서 여러 각도로 취재를 해봤다.

선의로 보자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할 노래를 만들자는 취지이다. 우리나라의 국경일, 삼일절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그리고 한글날을 비롯해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3.15 (민주)의거 기념일''과 4.19혁명 기념일,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6.10민주항쟁 기념일''이 있는데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공식노래가 없다.

그래서 국가보훈처에서 지난해 4,8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됨에 따라 올해 안에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공식 기념노래를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공식노래가 없어서 예산을 들여서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니 선의로 보자면 당연히 환영하고 반길 일이다.

그렇지만 선의가 아닌 어떤 의도성을 가진 것으로 보자면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공식 기념노래를 만들겠다는 건 뜬금없는 일이다.

이미 정부가 법정기념일로 정해서 2003년부터 올해로 11번째 기념식을 갖는데 그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을 기념하는 공식노래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5.18 관련단체나 광주시민 국민들의 요구가 없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신할 5.18 기념노래를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제정하겠다는 건 선뜻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려고 그러는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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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이나 ''연주''는 되고 ''제창''은 안 된다? 그게 무슨 소리냐?

= 그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 뺄 거면 아예 빼던지 아니면 제창을 하던지 하면 될 텐데 합창이나 연주는 되고 제창은 안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형식논리에 불과한데 보훈처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이 형식에 치우쳐서 그런 건지 아니면 빼고는 싶은데 반대여론이 워낙 거세니 우선 ''제창''에서만이라도 빼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5.18 민주화운동이 올해로 33주년인데 2002년까지는 광주시 주관으로 기념식을 해오다가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서 2003년부터 정부 주관으로 기념식을 해오고 있다.

2003년부터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까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 기념노래로 다 함께 부르기인 ''제창''을 해왔다. 그런데 2009년에 공식 추모곡 국민공모를 추진했다가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중단했는데 ''제창''에서 식전행사 연주곡으로 바뀌었다. 2010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에서 빼고 ''방아타령''을 포함했다가 논란이 이니까 이한열 추모곡인 ''마른 잎 다시 살아나''로 대체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논란이 빚어지니까 2011년에는 5.18 기념식 본 행사 공식 식순에 포함이 됐는데''제창''이 아니라 ''합창''이었다.

보훈처의 주장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한 번도 빠진 적이 없긴 하지만 2009년과 2010년에는식전행사 연주곡으로 2011년과 2012년에는 합창으로 불려졌다. 특히 합창을 하면서 참석자들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사실 제창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보훈처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제창으로 할지 합창으로 할지 또는 연주로 할지를 고민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보훈처가 의도적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제하려는 것이냐?

=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킨다거나 이를 금지곡''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5.18을 기념하는 공식노래를 만들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밀려나게 된다. 그러니까 의도성이 있다고 할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5.18을 기념하는 노래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2년에 세워졌다. 국가보훈처가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에서는 이를 통과시켰으니까 지금의 박근혜 정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예산안을 마련할 때도 박승춘 보훈처장이었고 지금도 박승춘 보훈처장이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고위관료 중 박근혜 정부에서 유임된 유일한 인물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낙마한데다 남북 간 긴장국면 등을 고려해서 유임된 경우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공식 입장이 뭔지를 듣기위해 인터뷰나 통화를 시도했는데 보훈처는 ''5.18 기념노래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입장''이라는 문서를 보내면서 이 외에 특별히 더 할 말이 없다는 입장만 보내왔다.

보훈처는 "예산 4,800만원이 책정된 것은 지난 정부에서 국회의 심의를 거쳐 반영"됐고 "5.18민주화운동기념식 공식 기념노래 관련 사업은 현재 기획 단계로서, 기념노래 제정은 5.18단체, 관련기관, 지역주민, 국민들의 의견 수렴 및 협의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며 "3.1절, 8.15경축식 등 모든 정부기념행사에서는 공식 기념노래가 있지만,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만 공식 기념노래가 없고, 이에 대한 많은 의견제시가 있어 공식 주제곡을 제작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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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박승춘 보훈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외하려는 의지가 있는 거냐? 라고 물으니 보훈처 관계자는 "그건 아니다. 박 처장은 원론적인 입장이다. 5.18 관련단체, 광주시민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검토해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2011년 2월말에 취임했는데 취임한 뒤 한 행보를 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없긴 하다. 2009년과 2010년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식전행사에서 연주했는데 박 처장이 취임하면서 기념식 본 행사에 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포함 됐다. 제창이 아니고 합창단의 합창으로 순서가 잡혔지만 본 행사 포함을 시킨 것이다. 또 광주 5.18 관련 단체들도 이를 수용해 기념식에 참석 했다.

박 처장은(트위터 아이디 @psc0033)은 지난해 5.18일 올린 트윗을 보면 "오늘은 5.18민주화운동 3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조금 전 정부기념식을 마쳤습니다. 불의에 항거하신 분들이 있기에 민주주의는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었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했다. 보훈처장으로서 정부기념식을 주관한 뒤 소회를 밝힌 것이다.

박승춘 보훈처장의 경력을 보면 육사 27기인 박 처장은 보병 12사단장과 제9군단장을 거쳐 국방부 정보본부장을 끝으로 전역한 뒤 ''대한민국지키기국민운동본부 이사''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회장'' 등 보수단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반대하거나 배제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냐?

=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민주화운동이 벌어진 대학가와 6월 항쟁, 노동운동이나 농민운동 등 각종 집회에서 어김없이 불려졌다. 이 노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대변하는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부집회에서는 ''우리들의 영원한 애국가''라고 불리면서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랫말이 그렇게 과격하거나 섬뜩한 그런 용어는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오월의 노래''를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오월의 노래''
꽃잎처럼 금남로에 / 뿌려진 너의 붉은 피 / 두부처럼 잘리어진 /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 우리가슴에 붉은 피솟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 망월동의 부릅뜬 눈 /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 우리가슴에 붉은 피솟네

산 자들아 동지들아 / 모여서 함께 나가자 / 욕된 역사 투쟁 없이 / 어떻게 헤쳐 나가랴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 우리가슴에 붉은 피솟네

대머리야 쪽발이야 / 양키놈 솟은 콧대야 / 물러가라 우리역사 / 우리가 보듬고 나간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 우리가슴에 붉은 피솟네 /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 우리가슴에 붉은 피피피


오월의 노래가 3개가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1980년대 중반 이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집회나 시위현장에서는 이 ''오월의 노래''가 많이 불려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진 배경은 ''부끄럽고 죄송해서''라고 한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백기완 시인의 ''묏 비나리''시를 소설가 황석영씨가 노랫말로 개작을 했고 작곡가 김종률씨가 곡을 붙인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이후 민주화운동에 참가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부르는 노래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부 극우수구단체에서 5.18을 북한 공작원이 배후조종했다거나 하는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단체들이나 일부 우익인사들이 5.18 기념식 자체를 반대하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제시키라고 주장하는데 보훈처가 이들의 주장을 근거로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식 기념노래 제정을 추진'' 한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경일에는 당연히 이를 기념하는 공식 노래가 있다. 또 법정기념일이 43개인데 이 중에공식 기념노래가 없는 행사가 ''5.18 기념일뿐만 아니라 6.10 민주항쟁 기념일도 공식 기념 노래가없다. ''5.18만 공식 기념노래가 없어서''라는 보훈처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다른 기념일에는 공식 기념노래가 있나?

= 물론 3.15 마산민주의거 기념일과 4.19 혁명 기념일에는 공식 노래가 있다. 그렇지만 6.10민주항쟁 기념일을 기념하는 노래는 없다. 5.18만 없는 것이 아니라 6.10민주항쟁을 기념하는 공식 노래도 없다는 얘기다.

물론 차이는 5.18은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기념일이고 6.10민주항쟁은 안전행정부가주관하는 행사라는 차이가 있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만 공식 기념노래가없어서 이를 제정하겠다는 건 사실과 다른 해명이 되는 것이다.

혹시 ''4.19의 노래'' 기억하나?

4.19혁명을 기념하는 공식 노래는 강욱 작사, 김동진 작곡의 ''4.19의 노래''가 있다.그렇지만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못하다. 4.19의 노래는 오히려 이영도 시인의 시에 한태근 작곡가가 곡을 붙인 ''진달래''라는 노래가 더 유명한 적도 있었다.

6.10민주항쟁은 기념하는 노래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한열군 추모곡인 ''마른 잎 다시 살아나''라는 노래가 자주 불리고 있고 6월항쟁중 만들어진 ''사랑하는 동지에게''라는 노래가 있으며 노래모임인 새벽에서 글과 곡을 만든 ''유월의 노래''라는 노래도 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난 마산 3.15의거 기념일에도 ''3.15노래 (김춘수 작사, 조두남 작곡)''가 있다.

정부는 ''3.15 노래''의 경우 시인에게 노랫말을 의뢰한 뒤 이를 유명 작곡가에게 의뢰해서 곡을 받았고 4.19의 노래는 노랫말을 공모한 뒤 김동진 작곡가에게 곡을 맡겼다.

국가보훈처가 밝힌 대로 5.18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광주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국의 행사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공식 기념노래를 제정하겠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5.18 기념식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사람들과 그 유족, 그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추모하고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잘 기억할 수 있는 노래를부르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일 것이다. 이미 기념하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가 ''민중가요''라는 이유로 배제시키고 새로운 노래를 만들겠다는 건 억지에 가깝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외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세력들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참가하지 않고 방관하거나 아니면 이를 반대했거나 반대하는 입장에 섰던 건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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