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비자 발급받을 때 수배 사실 확인 안 해 ''구멍''
미국에서 미성년자를 네 차례나 성폭행해 수배된 미국인이 10년 가까이 국내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다 붙잡혔다.
특히 외국인이 비자를 발급받을 때 수배 사실은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출입국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미국 사법부로부터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미국인 원어민 강사 A(44) 씨를 검거해 추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03년 미국에서 미성년 여아를 네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켄터키주 사법부로부터 지명수배를 받자 국내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 2004년 6월 E-2비자(회화지도)로 국내에 입국한 뒤 8년 동안 전북 지역에서 주로 아동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E-2비자란 외국어 전문 학원이나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기관 등에서 외국어회화 지도를 하려는 자에게 발급되며, 기간은 최대 2년이다.
A 씨는 비자가 만료될 경우 미국 대신 중국이나 필리핀 등으로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하는 방법으로 비자를 재발급받아 체류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2010년 7월부터 비자 신청을 할 때 자국 범죄경력 조회서를 제출하도록 법이 강화됐지만, 성범죄 수배자였던 A 씨는 지난해 말 아무런 문제 없이 비자를 재발급받았다.
국내 법령상 확정된 판결만 기재돼 있는 범죄경력 조회서만 제출하면 됐기 때문에 수배된 경력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FBI로부터 범죄경력 조회서를 우편으로 발급받으면서 소재지가 미 수사 당국에 파악돼 덜미를 잡혔다.
결국 경찰은 미국으로부터 인터폴 수사 협조 요청을 받고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와 함께 전북의 학원에서 검거했다.
A 씨는 국내에 입국한 뒤 한국국적 여성 2명과 결혼을 했으며 지난해 12월 결혼한 여성과 검거 직전까지 함께 살고 있었지만 한국국적을 취득하지는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 씨가 국내에서 저지른 성범죄는 지금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A 씨를 미국으로 추방하는 한편,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국내로 도피한 외국인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CBS 이대희 김민재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