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다음도 묻고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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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탐닉한 대한민국…성교육이 대안이다⑥] 청소년 이성 교제 - 데이트 스킨십
男 ''호기심'' 女 ''사랑 확인''…스킨십 동상이몽

노컷뉴스는 지난해 ''성에 탐닉하는 대한민국'' 기획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문화 현실을 고발했다. 이러한 성문화의 기저에는 왜곡된 성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 성교육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순서
①''여자는 거칠게 다뤄야''…왜곡된 性
②우리 아이가 벌써 성에 눈 뜬 걸까요?
③"네 이웃을 조심하라"…성폭력 예방 1계명
④"솔직히 말해, 옷차림이 야하진 않았니?"…2차 가해 심각
⑤"자꾸 빠지고 찢어져요"…글로 배운 피임
⑥ 男 ''호기심'' 女 ''사랑 확인''…스킨십 동상이몽
(계속)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서울 소재 남녀공학 고등학교 1학년생 20여 명이 성교육을 받았다.

성교육 강사가 남학생 10여 명에게 물었다. "키스나 포옹 같은 스킨십, 드라마에선 (상대방) 동의 없이도 잘 하던데, 현실에선 어떨까? 허락받고 해야 할까?"

한 남학생이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건 눈빛만 보면 알아요. 왜 허락을 받아요?"

그런데 그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남학생들은 달리 대답한다.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이날 스킨십을 시도할 때 상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남학생들이 7:3 정도로 많았다.

성교육 강사가 이번엔 여학생 10여 명에게 물었다. "남자친구가 ''나 키스해도 돼?'' 하고 물어 보면 어떨 것 같아?"

여학생들이 일제히 "어우~"하며 짜증이 난다는 감탄사를 쏟아 냈다. "찌질해요" "그런 건 분위기 보고 알아서 해야죠" 등 허락을 받는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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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질문이 남학생들에게 이어졌다. "키스 다음도 묻고 할 거야?" 그러자 남학생들이 키득거리며 대답한다. "에이, 그런 건 키스를 진하게 하다 보면 분위기란 게 있잖아요. 자연스레 손이 가슴으로 가고, 섹스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죠." 남학생 대다수가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여학생들은 전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안 된다"고 말했다. 허락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여학생이 생각한 스킨십은 손잡고, 포옹, 키스 정도였다.

◇ 스킨십에 대한 남녀의 동상이몽

위에서 언급한 사례는 단편적이지만, 스킨십에 대한 남녀의 의식 차를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10대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한 이유를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남녀 생각 차이를 더욱 제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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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발표했던 ''2010 성문화 연구 조사''에서, 성관계를 경험한 고등학생의 성관계 이유가, ''호기심으로''와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37.9%로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 서울 내 고등학생, 탈학교 청소년 등 1,266명)

남학생들이 성관계를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호기심으로''가 42.5%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36.8%),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어서(34.5%), 술에 취해서(12.6%) 등의 순이었다.

반면 10대 여학생은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41.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거절하기 힘들어서'' 31.0%, ''호기심으로'' 24.1%,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어서'' 13.8%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남학생은 ''호기심으로'' 성관계를 시도하는 반면, 여학생은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라는 차이가 나타났다.

◇ "NO는 NO"…남녀, 소통하라

더 주목할 부분은 여학생의 31%가 ''거절하기 힘들어서''라고 대답한 점이다. 다른 성교육 기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들을 보아도 ''상대가 원해서'', ''거절하면 남자친구가 실망할까봐'' 등의 이유가 나왔다.

즉, 많은 청소년 여학생들이 관계가 깨질 것을 우려해 "NO"라는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이끌려서 성관계를 하는 등 ''성적 자기 결정''이 약한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할 수 있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측은 "특히 여학생들의 30%가 ''거절하기 힘들어서''에 응답한 것을 통해 볼 때, 여학생들에 대한 다른 방식의 성적 실천에 대한 태도와 협상에 대한 교육이, 남학생들에게는 성관계의 상호 존중성에 대한 교육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의 "안 돼(NO)"를 내숭이라고 판단하고 "돼(YES)"로 자의적으로 해석, ''동의나 합의''가 아닌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데이트 성폭력 역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왜 여성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명확히 못 하고, 왜 남성은 여성의 ''안 돼요''를 ''돼요''로 이해하게 됐을까.

가장 큰 원인은 성 차별적 문화에 기반한 이중적인 성 관념 때문이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목소희 팀장은 "여성이 스킨십이나 성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는 명확하게 말하면 ''경험이 많은 여자'', ''헤픈 여자'' 등으로 사람들이 낙인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대로 남성이 강하게 스킨십 등을 주도하고, 밀어붙여야 ''남자답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임정혁 성교육 전문 강사는 "여성과 남성이 어릴 적부터 다르게 양육되는 상황이 (성 차별 문화를) 내면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데이트 비용, 함께 부담해야

성교육 이야기 중에 조금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데이트 비용 부담자가 누구냐'' 역시 ''성 차별적 문화''와 매우 연관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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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성문화 연구 조사''를 보면 데이트 비용 부담자는 주로 남성이다. 주로 함께 부담한다는 커플도 ''그러나 남성이 더 많이'' 낸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임정혁 강사는 "이런 경우 여학생은 데이트 비용을 주로 내는 남자친구에게 미안해서 스킨십 거절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교제의 통제권이 남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 강사는 양성 평등한 이성 교제와 스킨십을 위해 4가지를 강조했다.

▲ 평소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도록 노력할 것 ▲ 상대방이 싫다는 표현은 그대로 받아들일 것 ▲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것(대안: 공동명의 커플통장 운용, 금액이 아닌 횟수를 맞춰나갈 것 등) ▲ 남성은 베풀고, 여성은 받는 구도를 탈피할 것.

다음 기사 : 음란물 - 성범죄 원인은 야동?

도움 : 굿네이버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사)푸른아우성
자문 : 임정혁. 경기도 오산 거주. 7살, 5살, 2살짜리 세 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 전 화성여성회 성 평등 강사단 교육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학교·교회 등 1년에 300회 정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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