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후보자는 오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인근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헌재에서 전문인력을 지원받아 청문위원들의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자료를 촘촘히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계속되면서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방어가 가능할 지 모르겠다는 회의론이 확대되고 있다.
법원노조가 판사를 포함한 전국 법원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89%가 헌재소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을 한 것은 이 후보자가 고립무원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헌법재판소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직시설 쫀쫀했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17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 후보자가 6년 동안 헌법재판관직에 있으면서 별다른 구설수나 문제점이 지적되지 않아서 기본적으로는 헌재소장으로서 적격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의원의 말은 여당 간사로서의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 중 큰 것만 봐도 △정치 편향 △친일 성향 판결 △위장전입 △양도세 탈루 △저작권법 위반 △정치자금 불법공여 △업무추진비 유용 등이다.
여기에 여직원에게 자신의 법복을 입히고 벗기게 했다든가, 부천지원장 재직시설 구속된 조폭이 이 후보자의 고교 동기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뒤 사흘만에 풀려났다는 의혹도 새롭게 불거졌다.
특히 법원 지원장 재직시절 조폭 석방 문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헌재 후보자로서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양파껍질 벗겨지듯 의혹에 의혹이 이어지자 새누리당내에서 ''이동흡 불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1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의 평가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숱한 의혹과 비판 여론 때문에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자칫 2006년 전효숙 후보자 때처럼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상당 시간을 허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두고두고 짐이 될 수도 있다.
헌재소장 자리에 오른다해도 문제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당선인 스타일 상 이 후보자에게 후보 사퇴를 압박하거나 권유할 것 같지도 않다.
이러다보니 박 당선인 주변에서는 당이 알아서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날 고위당정협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이 알아서 하라는 거냐는 질문에는 "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핵심 측근도 "뭐라고 말하기가 그렇다. 그래서 청문회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국회 검증 차원에서 문제가 매듭지어지기를 바라는 뉘앙스를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