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문재인은 왜 선택받지 못했나?

''박근혜 vs 문재인'' ''박정희 vs 노무현''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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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전체 투표자의 51.6%에 해당하는 1577만3128표를 획득, 1469만2632표를 얻어 48%의 득표에 그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108만496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과반 득표에 성공한 첫 여성대통령이 된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야권단일후보로서 48%의 득표를 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의 당선 이유는 많은 언론이 분석하고 있으므로 역설적으로 ''문재인은 왜 선택받지 못했나?''라는 주제를 정했다.

▶문재인 후보의 낙선 원인을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나?

= 문재인 후보의 선거 패배 원인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선거구도 설정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선거는 ''프레임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문재인 후보진영이 이 프레임을 짜는데 박근혜 후보 진영에 밀렸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는 공식적으로는 ''박근혜 대 문재인''의 구도였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였다. 이 구도는 ''보수 대 진보''의 대결로 이어지면서 문재인 후보진영에서 강조한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의 구도가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문재인 후보가 ''이명박근혜''를 비판하면서 ''정권교체''를 주창했지만 박근혜 후보는 ''시대교체''로 맞서면서 이명박 정부 실패론에 참여정부 심판론을 추가한 것이 더 먹혀 든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패인을 열거하자면 ''미진한 단일화'', ''노년층의 증가'', ''민주당 내부의 갈등'', ''안철수에 대한 과도한 기대'' 등 숱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이 보다는 ''프레임 설정''에서 실패했고, 이로 인해 선거이슈에서도 새누리당에 끌려가면서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한 차례도 제대로 역전하지 못했다.

''친노 대 비노''의 구도도 문재인 후보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공식선거운동 직전까지 당 내분에 시달렸다. 야권단일화에 치중하면서 당대표가 중도 퇴진해야했고 핵심참모들이 친노책임론에 밀려서 백의종군을 선언해야 했다.

선거막판에 터진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국정원 여직원 사건''도 문재인 후보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 사건들이 문재인 후보의 지지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박근혜 지지층의 결집이라는 역풍을 불러온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한계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문재인 후보가 ''비욘드(beyond) 노무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참여정부 실정론''이 먹혀들게 된 요인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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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가 ''보수 대 진보''의 대결 아니었나?

= 넓은 의미로 보자면 ''보수 대 진보''의 대결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구도가 새누리당이나 보수언론의 의도에 끌려가는 것으로 야당의 패배 원인중 하나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역 대결과 세대 간 대결의 양상을 보였다. 호남지역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9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은 반면,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80%를 넘는 지지를 받았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박근혜 후보가 60% 이상의 지지를 획득하면서 문재인 후보가 40%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과거의 ''3김 시대''로 대표되는 지역 맹주를 중심하는 지역주의는 많이 옅어졌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지역 간 두터운 벽이 허물어지지 않았음을 입증한 것이다.

제대로 된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되려면 계층간 계급간 대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구도는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저소득층, 저학력층 일수록 박근혜 후보 지지가 높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문조사에서도 저소득층일수록 자신을 ''보수''로 인식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보수 대 진보''의 프레임을 만들어서 색깔론으로 야권단일후보를 공략한 것이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때마다 터져 나오는 ''색깔론''과 ''종북타령''은 선거막판에 터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맞물리면서 이른바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보수 대 진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야권이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표율이 75.8%로 예상보다 높았는데도 역전하지 못한 이유는?

= 앞서 설명한 대로 ''보수 대 진보''의 대결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높은 투표율이 야권에 유리하지 못한 것이다. 야권의 막판 선거 전략은 투표율 높이기에 집중돼 있었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전 후보도 대중연설의 상당부분을 투표에 참가해 달라는 것이었다.

선거당일에도 SNS 등에서는 ''투표 인증샷 릴레이''가 펼쳐지면서 투표율이 급상승 했다. 투표율이 16대 대선 때보다도 높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야권에서는 당선을 낙관하는 분위기였지만 방송사 출구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18대 대선의 75.8% 투표율은 17대 대선의 63.3%에 비해 12.5% 포인트 상승한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의 70.83%도 넘어선 것이다. 야권에서는 투표율 77%면 100% 당선으로 예측을 했는데 이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집계에 따르면 제18대 대선 선거인명부의 20대 유권자는 661만6873명, 30대 유권자는 815만0405명인 반면, 50대 유권자는 777만0075명, 60대 이상은 841만1942명이다. 17대 대선과 비교해 50~60대 유권자 수는 늘었지만 20~30대의 유권자 수는 오히려 줄었다.


이 때문에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 후보가 승리한다''는 그동안의 가정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2002년 16대 대선때는 20~30대 유권자는 48.3%에서 38.3%로 10%포인트가 줄었는데 50대 이상유권자는 29.3%에서 40%로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투표율이 올랐지만 젊은 층이 투표장에 많이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투표를 하러갔을 때 젊은 층보다는 노년층이 더 많았다. 노년층에서는 아직도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짙게 남아 있는 만큼 그 향수가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겼다고 죽은 박정희가 살아있는 우리를 삼켰다!''는 트윗이 리트윗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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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책임론''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보수는 비리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친노책임론은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말이다. 당권경쟁 과정에서 또 후보경선과정에서 이런 말들이나왔고 대선 막판에도 친노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들이 계속 나돌았다.

''초박빙''으로 불리는 대선에서 있는 힘을 다 모아도 힘든 승부가 될까 말까 했는데 당내에서는 선거운동에 총력을 모으기보다는 책임론이 계속 흘러나왔다.

''친노 책임론''이라는 게 사실은 별 의미가 없는 얘기다. 문재인 후보가 친노의 몸통이자 상징인데 몸통을 제외하고 가지를 아무리 쳐내더라도 친노는 사라지지 않을 것 아니겠나? 후보 경선과정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경쟁하는 다른 후보들이 주장할 수 있겠지만 선거전이 시작된 이후에도 당내에서 이런 주장이 계속 흘러나온다는 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4.11 총선에서 야권이 야권대통합을 이뤘지만 선거결과에서는 새누리당에 1당을 내줘야 했다. 이번에도 야권후보는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패배한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 패배에 따른 후폭풍에 시달릴 것인데 이 과정에서 ''친노탓'', ''안철수 탓'' 등 남의 탓만 한다면 앞으로도 선거과정에서의 패배가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대선 패배를 인정하며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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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기자회견문 전문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 역부족이었습니다.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습니다.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지지해주신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선거를 도왔던 캠프관계자들과 당원 동지들 그리고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의 실패이지 새정치를 바라는 모든 분들의 실패가 아닙니다. 박근혜 후보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박근혜 당선인께서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 주실것을 기대합니다. 나라를 잘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국민들께서도 이제 박 당선인을 많이 성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거듭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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