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강하게 밀어붙인 인적쇄신의 걸림돌이 치워진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장문의 사퇴 선언문을 남긴 채 쿨하게 내려왔지만 박지원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유임됐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인적쇄신이 이 대표의 사퇴를 얘기한 게 아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박 대표의 퇴진까지 끝까지 몰고 가지는 않았다.
문 후보는 ''''친노''''의 그늘을 벗는 동시에 쇄신의지를 안팎에 과시한 게 됐고 안 후보로서는 그 정도면 문 후보의 진정성을 이해할 만 하다고 수긍한 게 됐다.
실제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 등은 ''''단일화는 물론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박 대표가 퇴진한다면 호남이 크게 동요할 것''''이라며 박 대표의 퇴진불가에 쐐기를 박았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퇴진의 큰 파도 속에 묻혀 박 대표의 잔류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듯 했지만 시사하는 바는 아주 크다.
◈ 이해찬-박지원, DJ·노 전 대통령 계보 잇는 쌍두마차
사실 이-박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의 적통을 각각 이어받은 상징적인 정치인들이다.
현재의 민주당을 굴리는 두 바퀴의 축을 각각 담당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친노의 좌장 격이라면 박 대표는 DJ의 황태자이자 비노 세력의 대표주자다.
박 대표가 호남의 당내 리더라면 이 대표는 충청을 기반으로 서울, 중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구도 속에 호남 민심의 향배가 당락을 가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안 두 후보가 단일화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호남지역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만 봐도 이곳이 사활이 걸린 곳임을 방증한다.
특히 안 후보는 출마 선언 직전 5·18 광주 민주묘지참배로 대선 행보를 시작했고 지난 5일 전남대 강연에서는 문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 회동을 전격 제안한 바 있다.
문 후보와 전격 회동하기 전까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광주행사에 참석했고 이처럼 정치적 고비 때마다 광주를 찾아 열띤 구애공세를 벌여왔다.
◈ 호남지역 기류 변화, 박 대표 여론몰이 도와
그런데 선거전 초반 호남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던 안 후보가 시간이 지날수록 세가 약해지는 모습이 역력해지는 등 호남지역의 뚜렷한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적합도(단일화후보로 누가 적합한가)뿐 아니라 경쟁력(박근혜 후보와 맞설 단일후보로 누가 경쟁력있나)에서도 문 후보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호남권 민주당원들,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해 ''''작업''''을 계속해 온 박 대표가 호남권의 이같은 여론 반전을 도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호남지역에서는 그동안 ''''친노''''에 관한 만만찮은 거부 정서가 깔려 있었는데 이 대표의 퇴진으로 이제 문 후보로서는 자연스레 그 불편한 짐도 벗어버린 셈이 됐다.
앞으로 문-안 후보 어느 쪽도 밑바닥에서부터 호남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박 대표의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단일화에 한때 걸림돌로 간주됐던 박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앞으로 대선 본선 날짜가 가까워 오면서 더욱 높아지고 위력을 발휘할 게 분명하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명언을 다시금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