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부장 검사급 검찰 간부인 A 검사가 지난 2008년 5월, 다단계 사기꾼인 조희팔의 측근 강모(52)씨에게서 2억 원, E 그룹으로부터 6억 원을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3조5천억 원대 다단계 사기를 치고 중국으로 달아난 조희팔의 은닉자금을 추적하던 중 조 씨의 자금관리인인 강 씨가 A 검사의 차명계좌로 돈을 입금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리고 문제의 차명계좌에서 E 그룹 관계자의 자금 6억 원이 흘러들어간 내역까지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는 A 검사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경찰은 해당 검사가 차명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CCTV 화면을 확보하고, A 검사가 E 그룹의 주식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까지 포착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급기야 9일, 경찰청은 ''''사건에 연루된 검사가 2,3명 더 나올 수 있어서 추가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사건 수사가 검사 한 명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경찰의 칼끝이 검찰 조직을 겨누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검찰은 특임검사 지정이라는 초강수로 맞불을 놨다.
◈ 검찰 ''''우리가 수사하겠다'''' 특임검사 카드로 맞불
대검찰청은 이날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A검사 관련 의혹을 수사할 특임검사에 임명했다. 김 특임검사는 ''그랜저 검사'' 사건과 ''벤츠 여검사'' 사건에 이어 역대 3번째 특임검사다.
검찰은 "부장검사의 비위 관련 의혹이 확산되면서 국민적 관심과 비판이 커지고 있어,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감찰활동 착수'' 정도의 입장만 보인 검찰이 전격적으로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든 것은 거센 개혁요구에 직면한 검찰의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
대권 주자들이 대검 중수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비리로 여론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싹을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특검카드는 갈등관계에 있는 경찰에게 검찰 간부가 수사당하는 불명예를 자신들의 직접수사로 막아보겠다는 공세적 대응으로도 해석된다.
◈''''검찰수사는 검찰만 하겠다는 건가'''' 반발하는 경찰
검찰의 특임검사 임명에 경찰은 ''''사건 가로채기''''라며 즉각 반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있는 상황에서 별도 수사를 하면 이중수사가 된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수사 개시, 진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검찰만 하겠다는 것이고 결국 검찰은 성역이 돼 수사할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사 단계이므로 특임검사의 수사와는 충돌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입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차명계좌의 소유주를 이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사건은 현재 내사가 아니라 수사단계에 있다고 맞받았다.
경찰은 특임검사 임명 소식을 접한 즉시 검찰에 A검사에 대한 수사 개시사실을 통보하고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이 수사개시를 통보하면 서울 중앙지검에 배정해 특임검사 수사와는 별도로 사건을 지휘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앞서 이른바 ''''밀양 검사 고소사건''''에서도 현직 검사에 대한 조사를 놓고 한바탕 힘겨루기를 한 바 있다.
고소사건을 수사하려는 경찰에 대해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활용해 경찰의 수사관할을 바꾸고, 출석을 거부한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을 반려해 경찰의 반발을 샀다.
비리의혹이 제기된 검사에 대한 수사주체를 놓고 검찰과 경찰이 또 다시 충돌한 가운데, 정작 소외되는 것은 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조희팔 사기사건의 한 피해자는 ''''검사의 금품수수의혹을 지켜보면서 조희팔 건에 대해 왜 통합 수사본부가 설치되지 않았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검찰과 경찰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피해구제라는 수사의 기본 목적은 온데간데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