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3일(현지 시각) 런던올림픽 파크 내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스포츠국 디렉터와 면담을 했지만 ''심판 부정 행위와 같은 명백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제도와 규정, 판정 문제를 갖고 추가 메달을 수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애초에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다. 이미 신아람이 3, 4위 전까지 치렀고, 메달까지 결정된 상황에서 추가 메달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승부를 걸었다면 기계 결함으로 어이없는 판정이 나왔던 4강전 직후 강하게 항의를 했어야 했다.
당초 3, 4위 전을 보이콧하려던 신아람에게 출전을 지시한 것도 대한체육회였다. 신아람과 심재성 코치는 3, 4위 전에 나서면 오심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상위단체인 대한체육회장의 지시로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체육회가 메달이 결정된 상황에서 추가 메달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는 행태다.
대한체육회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최종준 사무총장은 "추가 메달은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1%의 가능성이라도 추진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대 올림픽에서 추가 메달이 나온 것은 심판이 뇌물 수수를 인정했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1번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제펜싱연맹 사과보다 특별상 제안, 어설프게 먼저 수용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체육회는 "추가 메달 자체보다는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펜싱연맹(FIE)이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정과 사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추진했던 것"이라며 궁색한 변명을 댔다.
그러면 처음부터 오심과 관련한 사과를 받아내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실수를 인정하면서 이를 무마하려는 FIE의 특별상 제안을 어설프게 받아들이지 않고 말이다.
이번 신아람 오심 사태와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적잖은 논란을 빚었다. 신아람에게 내키지 않는 경기의 출전을 지시한 것뿐만 아니다. 선수 본인의 의사를 확인도 하지 않고 덥석 FIE의 특별상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문제였다. 정작 신아람은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특별상이 아니라 오심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은메달 추진 소식이 보도된 것도 체육회가 정보를 일부러 흘린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체육회는 이를 부인했지만 경기 출전 지시와 특별상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오심과 관련한 대비책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이의 신청 매뉴얼을 종목 별로 제작해 선수단에 돌렸다. 수영 박태환의 자유형 400m 예선 오심 때는 체육회의 노력이 빛을 봤지만 펜싱 신아람의 경우에는 의욕이 너무 앞섰다. 체육회의 과한 욕심이 선수를 두 번 죽인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