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돈의 맛''(임상수 감독)은 늙은 여자 백금옥(윤여정 분)이 젊은 육체 주영작(김강우 분)을 탐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재벌가 안주인 백금옥을 연기한 윤여정은 올해 한국나이로 66세다. 그는 35세인 김강우와 베드신을 찍었다. 공개된 예고편에서 윤여정은 극중 자신의 비서인 김강우의 노출된 상반신을 버젓이 애무했다.
앞서 돈의 맛 제작보고회에서 윤여정은 노출신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대선배로서 의연한 척 했지만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근 노컷뉴스와 만난 윤여정은 논란의 소지가 될 정사신에 대해 "내가 무서워하는 장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받고 화들짝 놀라 임상수 감독에게 항의(?) 전화를 했던 그다. 하지만 결국에는 임 감독의 논리에 넘어갔다.
"늙은 여자가 젊은 애에게 이러면 사람들이 거북해하고 불쾌해할 것이라고 했더니 임상수가 불쾌해하라고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저게 뭐야'' 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바라는 마음도 있는 게 인간의 본성이 아니겠느냐고 하더라. 항상 그와 말해봤자 내가 진다. 이번에도 졌다."
윤여정은 임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바람난 가족''이후 그의 모든 영화에 어떤 역할로건 출연했다. 그만큼 임상수의 영화세계를 이해한다고 볼 수 있다.
윤여정 또한 인정했다.
"그는 늘 세고, 그래서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는데…내가 임상수의 세계를 좀 안다. 또 지금 내가 뭘 한다고 해서 잃을 것도 없는 나이다. 문제의 장면이 있었지만 출연을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윤여정의 초기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이번 행보가 새삼스럽지도 않다.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했던 고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스크린 데뷔한 그는 젊은 시절부터 도전적인 구석이 있었다.
영화 ''충녀'' ''어미'', 드라마 ''장희빈'' 등 그가 연기한 여성상은 늘 새롭고 강렬했다.
한때 한국의 팜므파탈로 불리기도 했다.
윤여정은 "내가 뒤돌아봐도 작품 선택이 좀 용감했던 것 같다"며 "남들이 다 하는 역할은 싫어했다. 특히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건 질색했다. 화녀할 때는 ''어머 이런 대본이 다 있네, 이런 여자가 있어''란 생각에 주저 없이 출연했다. 그런 인물을 표현하는 게 위험한지도 몰랐다."
혹시나 두 아들의 반응이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윤여정은 "나도 아들 일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아들들 또한 엄마 일을 시시콜콜 따지지 않는다"고 딱 잘랐다.
"어릴 때도 방송국 등에 온 적이 없다. ''엄마가 다른 사람이 되는 모습을 보면 서로 무안하지 않을까요''라고 했었다. 자기엄마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날 존중해준다."
윤여정은 올해 ''돈의 맛''과 또 다른 출연작 ''다른 나라에서''(홍상수 감독)가 칸영화제에 나란히 진출하면서 두 차례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더불어 경쟁부문에 오른 다른 작품의 여배우들과 함께 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윤여정은 "상까지 바라면 노추"라며 "누가 받으면 좋겠지. 이왕이면 감독상을 바란다. 칸 영화제는 감독이 우선인 영화제니까"라고 홀가분한 모습을 보였다.
레드카펫 의상으로는 큰 아들이 일하고 있는 명품브랜드 도나 카란의 드레스를 입을 예정이다. 그는 "치장해서 예쁠 나이도 아니고 나에게 맞는 드레스를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관람불가, 1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