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재 파이시티 인허가 곳곳에 의혹

당시 도시계획위원 "왜 심의가 아닌 자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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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2004년 9월 서초구로부터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건설을 위한 유통업무설비 용도변경 신청을 접수한 이후 2008년 10월 건축계획심의를 통과시키기까지 4년에 걸친 인허가 과정은 곳곳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10년 단위로 수립하도록 돼 있는 도시물류기본계획이 2005년 말 건설교통부로부터 승인이 난 직후 같은 해 두 차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회의를 열어 대규모 점포를 포함한 복합유통단지를 세울 수 있도록 세부시설 변경결정을 내렸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퇴임을 50일 앞두고 이뤄진 세부시설 변경 결정은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의결 없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회의만 거쳤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국토계획법 시행령 25조에 따라 세부시설 변경은 도계위를 열지 않고 관련부서 검토만 거친 뒤 고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자문회의를 연 것도 중대 사안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통량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판단될 경우 도계위 심의를 거치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당시 일부 도계위 위원들이 "엄청난 사안"이라고 말했듯이, 수조원의 개발이익을 수반하고 주변 교통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도계위 심의 의결을 거쳤어야 한다는 점을 간접 시인한 것이다.

실제로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도시계획위원 한 명이 ''심의로 해야지 왜 자문으로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했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위원들은 그러나 당시 회의가 자문 성격인지 심의 성격인지 모른채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 건축심의 지연되자 로비 집중된 듯

도계위의 세부시설 변경 결정이 고시된 뒤 건축심의는 2년 반동안이나 지연됐다.

2006년 11월 사업자로부터 건축심의 신청이 접수됐으나 서울시 교통국에서는 관련부서 협의에서 물류거점 역할을 훼손하고 화물터미널의 구조 및 설비 등에 대한 공사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사업자가 건축심의 신청을 취하했고, 2007년 11월 1일에 재신청했으나 물류시설 규모가 결정이 안됐다는 점 등을 지적받고 보름 후 다시 취하하는 등 건축심의 신청과 취하가 계속 반복됐다.

이 시점은 검찰이 파이시티측에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상대로 로비를 집중한 때라고 밝힌 시점과 일정 부분 겹친다.

파이시티측은 서울시의 건축심의가 지연되면서 로비를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이명박 시장 당시에는 용도변경을 전격 결정했지만 그가 퇴임한 이후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8년 8월 20일에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유통업무설비에 부대시설로 들어설 수 없는 ''업무시설''을 부대시설 허용 범위인 ''사무소''로 과잉해석해 그 비율을 20%로 결정해줬다.

당시 한 도계위원은 "도시계획상의 용어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도 2008년 말 감사를 벌였으나 서울시측의 답변서만 듣는 선에서 그쳤다고 시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박원순 시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리 의혹은 고위직 등 윗선에 의한 것이고 시 공무원들이 연루된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도시계획위원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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