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 및 적용법조 |
* 박희태.김효재.조정만 공동범행 - 2008.7.1.-2.경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원이 들어있는 돈봉투 제공(정당법 제50조 1항) * 안병용 - 2008.6. 하순경 은평구의원 5명에게 2,000만원을 주면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50만원씩 전달 지시(정당법 제50조 2항) |
"초선의원이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친이계 비주류였던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원을 공여하기 위해 6선 의원인 박희태 국회의장과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의 김효재 전 청와대 수석이 공모했다."
21일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만 놓고보면 박희태 의장은 김효재 당시 캠프 상황실장, 조정만 재정담당과 공모해 고 의원에게만 300만원을 전달했다. 검찰은 이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박 의장에게 정당법 50조 1항을 적용했다.
구의원들을 통해 2,000만원을 원외 지구당 사무국장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병용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같은 법 50조 2항이다. 정당법 50조 1항은 당대표 경선 등과 관련해 특정인을 대표자에 선출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람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50조 2항은 금품제공을 지시하거나 권유, 알선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 공모자보다는 금품 제공 지시자의 죄질이 더 나쁘다는 게 입법목적이다.
300만원을 고 의원실에 전달해준 사람으로 지목된 일명 ''뿔테남'' 곽모씨는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인턴이었기 때문에 ''지시''나 ''알선'' 없이 박 의장 등이 직접 방에서 건넨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검찰측 설명이다.
따라서 처벌수위가 다소 높은 50조 2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
안병용씨가 원외 지구당 사무국장에게 살포하라고 지시했던 2,000만원도 출처가 불분명하고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의 가담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공소사실에서 제외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조 비서관은 자금담당이어서 전달 지시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박 의장 역시 김 전 수석에게 돈을 전달한 것도 아니어서 세 사람이 공모했다고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당의 유력한 당대표 후보가 당선을 위해 조직적 돈봉투 살포 지시 없이 비주류 ''친이계'' 초선인 고승덕 의원에게만 직접 돈을 전달한 셈이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로 가장 큰 덕을 본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당대표로 당선된 박희태 국회의장이다.
그러나 최고의 수사력을 자랑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47일간 수사인력을 총동원했지만 조직적 돈봉투 살포 의혹을 파헤치는 데 결국 실패했다.
고 의원의 폭로 이후 정치권에서는 고 의원 말고도 돈봉부를 받은 의원이 다수일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고 의원에게 300만원이 건네질 정도면 친이계 의원들한테는 더 많은 돈이 뿌려졌을 것이란 추측도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쇼핑백에 노란색 돈봉투가 잔뜩 들어있었다는 고 의원의 발언과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뿔테남'' 곽씨의 진술이 나왔지만 검찰 수사는 300만원 돈봉투 한 건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은 조직적 돈봉투 살포 지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순 공여자로 분류돼 면죄부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300만원 출처를 밝혀내 현직 국회의장을 기소할 수 있었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60년 정당정치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돈봉투 제공행위를 처벌해 금품수수 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지난 19일 박희태 의장을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방문조사한 검찰은 이틀 뒤인 21일 오전 47일간의 수사 결과를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최종 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평소에 웃음 많았던 한상대 총장님이 지난주부터 웃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지난주부터 간부회의에서 한 총장님이 웃는 것을 거의 못봤다"며 "이번 수사 과정을 보고받으며 심적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검찰의 축소.은폐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검찰은 아직도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국민의 시선을 이제는 두려워해야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중수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며 검찰 내 특수통으로 분류됐던 유재만 변호사는 민주통합당 입당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와 "이번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축소 부실수사의 전형"이라고 못 박았다.
유 변호사는 "검찰수사의 핵심은 300만원 돈봉투 하나가 아니라 수십개의 돈봉투가 누구에게 뿌려졌고 자금원이 불법정치자금 아닌가 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면죄부 수사에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사표를 제출한 백혜련 전 검사 역시 "사건의 핵심은 돈봉부를 받은 한나라당 전체 명단과 자금 규모"라며 "그럼에도 검찰 수사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으로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