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1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해 박 의장을 상대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를 지시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방문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번주에 돈봉투 살포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 의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은 검찰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고명진 전 비서 등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당대표 경선 전당대회에서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 돌려줬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된 검찰수사는 40여 일 만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 42일간 밝혀낸 것은 고작 2,300만 원뿐
한 달 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검찰이 밝혀낸 것은 고승덕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라는 것과 안병용(구속기소) 한나라당 은평구 당협위원장이 구의원들을 동원해 당협 사무총장들에게 2,000만 원을을 돌리려 했다는 것 두가지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상식적으로 돈봉투가 초선의원인 고승덕 의원에게만 전달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당시 돈봉투가 여러 개 들어있는 쇼핑백을 봤다는 고 의원의 진술과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뿔테남'' 곽모 씨의 진술이 나왔지만 검찰 수사는 300만 원 돈봉투 한 건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또 원외지구당 돈살포에 동원된 2,000만 원에 대한 출처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300만 원 돈봉투와 2,000만 원은 고 의원과 은평구 구의원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는 점에서 검찰이 직접 밝혀낸 것은 전무한 셈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부터 주장해 온 고질적 환부만을 깔끔하게 도려내는 ''스마트 수사''의 모범을 보여 준 셈이다.
그러나 검찰이 현정권 실세를 직접 겨냥한 수사에 부담을 느껴 과거와는 달리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비판이 당장 나오고 있다.
◈ 한명숙 前 총리 정치자금과 뇌물 수사는 전력투구
검찰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사건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또 경기도 일산 지역 건설업자 한만호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9억여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2차 사건'' 역시 한씨가 법정에서 관련 진술을 뒤집으면서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검찰은 전국 최고의 수사력을 자랑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와 2부 검사 전원을 투입했다.
검찰의 서슬퍼런 수사에 당시 곽영욱 전 사장은 "부장검사님이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고 법정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1심 선고공판 전날 ''별건수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뇌물수수 수사에 착수했던 검찰은 한 전 총리 자신은 물론 전 비서진과 지인 등을 소환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검찰은 한만호 사장이 9억 원은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자 한 사장을 위증혐의로 수사하고 한 사장의 감옥 안까지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한명숙 수사부''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박희태 의장을 방문조사하겠다는 검찰의 발표가 나오자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찰은 특정인에게는 끝없이 친절하고 다른 특정인에게는 한없이 불친절한가"라며 수사 형평성을 당장 문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