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원칙을 벗어난 세금이다. 미국과 영국 등 증권시장이 오래 전부터 발달한 나라들은 주식양도차익 과세, 즉 주식투자로 거둔 이득에만 세금을 매기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식양도차익 과세 도입 논의가 진작에 있어 왔지만 기술적인 어려움과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도입이 지연돼 왔다.
◇ 주식시장 개미들 분노케하는 증권 거래세...바뀌나?
그러다가 최근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있는 부자증세 논의에 주식양도차익 과세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은 당초 소득세 최고구간을 하나 더 신설해 고액 연봉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연봉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매기자는 쪽에서 ''주식 부자''에 대한 과세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세법은 기업 지분의 3% 이상 또는 시가총액 1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이 상장주식을 거래해 거두는 이득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다. 주식 거래에 따른 증권 거래세만 내면 된다.
조세연구원 홍범교, 김진수 선임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본이득과세제도 정비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코스피와 코스닥을 포함한 증권시장에서 거둔 증권 거래세는 모두 3조5천억 원 규모다. 하지만 거래세 대신 주식양도 차익에 대해 14%의 세율로 과세할 경우 코스피에서 13조4천억 원, 코스닥에서 5조6천억 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실현될 경우 ''이득 본 사람만 세금을 낸다''는 조세형평성 뿐만 아니라 부족한 복지재원을 충당하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 ''주식 따면 세금낸다''...이론은 맞는데 현실은 난감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입에는 어려움이 많다. 갑작스럽게 자본과세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정부는 곤혹스런 모습이다.
유럽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위축된 시점에 주식매매 이득에 과세할 경우 주식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실현되면, 오른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팔지 않고 보유할 가능성이 높고, 반면에 주식에서 손실을 보면 세금을 안내도 되기 때문에 보다 쉽게 주식을 팔게 된다. 결국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세수 측면에서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커지고 주식투자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많으면 세금이 많이 걷히지만, 주가가 폭락하고 시가총액이 쪼그라들면 세수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안정적인 세수확보가 힘들 수 있고, 특히 현행 증권 거래세를 걷는 것보다 세수가 더 줄어드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금을 부과하려면 일단 1년 동안 투자자 한 명이 주식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과 손실을 모두 계산한 뒤 과세금액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통계가 한 번도 작성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식양도차익 과표를 계산하기 위한 기술적인 장치를 마련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시장에 큰 부담이 없는 세율 수준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 성급한 도입논의는 부작용 키울 수도... 세심한 계획과 홍보 필요
앞선 조세연구원의 연구보고서는 일본과 대만의 상반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대만은 1989년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제도를 도입했으나 도입 1년 만에 다시 폐지했다. 시행 석달 전에 전격적으로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주식이 폭락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1961년에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를 도입했지만 1989년 제도가 완성될 때까지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 거래세 제도에서 양도차익 과세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조세연구원 김재진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충분히 규모가 커졌고, 우리 IT기술 수준으로 볼 때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를 도입하는데 일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제도가 소액투자자에게는 거래세 제도보다 더 공평한 제도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고, 시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도록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역으로, 세밀한 계획이나 충분한 논의 없이 조변석개하는 정치권의 급작스런 세제개혁 논의는 자칫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