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푸어, 젊은 부부가 흔들린다

[CBS연속기획 ③] 결혼으로 빈곤의 덫 ''위기의 한국''

"강남은 애기 낳으면 시부모가 2,000만 원 준다지만, 맞벌이에 대출 이자 갚는데 육아 휴직했더니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졌어요."

경제난에 시달리는 30대 젊은 부부를 옥죄는 건 비단 폭등하는 전세 값과 대출 이자뿐만이 아니다.

고용 불안, 전셋값 폭등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30대 젊은 부부들은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더욱 허덕이게 된다.

아이 임신 소식 이후 젊은 부부의 웃음은 잠시, 당장 닥치게 될 만만치 않은 출산 비용에 걱정이 앞선다.

임신 8주차 예비 아빠인 김모(36살, 서울) 씨는 "아직 아이를 어떻게 키울 지, 돈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어 답답해요. 사실 앞이 깜깜하죠. 또 여기에 얼마가 더 들어갈 지 알 수 없어 불안하기만 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경제적으로 빠듯한 생활을 하는 젊은 부부가 유복한 가정에 비해 임신과 출산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출산 비용이 더 커진다, ''베이비푸어''의 역설

ㅋㅋ
취업난과 늦은 결혼에 아이를 늦게 가진 데다 불안정한 직장 생활 속에서 임신 뒤에도 아등바등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산모의 조건이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연분만에 실패해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경우에 출산비용이 300~400만 원은 족히 든다.


30대 부부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노산이라는 이유로 병원비가 적지 않게 든다.

결혼 5년 차인 김모(36살, 서울) 씨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자마자 ''임신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노산이라서...''라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말하곤 당장 다음주부터 2주에 1번씩 병원으로 와서 검사받으라고 했어요. 들어가는 비용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아질 지 걱정이에요"라고 토로했다.

신모(36살, 경기) 씨는 "염기체 검사부터 시작해서 노산이라고 병원에서 검사하라는 항목이 너무 많아요. 모두 다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런 부분을 배제 못하는 점이 병원에서 겁을 너무 많이 주니까. 꼭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받게 돼요. 전 이런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 마이너스 대출을 더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호사스럽다는 이야기를 듣는 산후조리원 이용도 젊은 부부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양가 부모가 도와줄 형편이 안 되거나 남편마저 일자리를 비울 수 없을 경우에는 1~2주 이용에 수백만 원씩 한다는 산후조리원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마저도 산후조리원이 성황이라 제대로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젊은 부부를 기다리는 건 더 큰 ''밑 빠진 독''이다.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산모 혼자 갓난아이를 키우는 일은 처음에는 사실상 어려워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가사 도우미를 구한다.

출산으로 목돈이 크게 들지만 높은 대출이자와 카드 대금은 매월 정해진 날짜마다 꼬박꼬박 돈을 내라고 통보한다. 이렇게 한국사회에서의 출산은 30대 부부를 더욱 어려운 처지로 밀고 간다.

결혼 초 세웠던 여러 장밋빛 계획은 없어지고 비상용 적금 통장은 하나 둘 사라지는 말 그대로 ''워킹푸어'' 상황으로 급전직하한다.

가난했다면 더 가난해지고 안정적이었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을 많은 젊은 부부가 직면한다. 마치 출산을 기점으로 더욱 가난해지는 상황으로 워킹푸어에 빗대어 ''베이비푸어''라 할 만하다.

신 씨는 "아기를 갖고 나면 더 화목해야 하는데 아기가 태어나면서 짐에 짐을 더 얻은 듯한 느낌이다. 정말 마음 속으로 이렇지 말아야지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심적으로 무게가…"하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리 사회의 젊은 부부들이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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