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결혼 후 삶이 추락'', 위기의 허니문푸어

[CBS연속기획 ②] 결혼으로 빈곤의 덫 ''위기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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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빚을 지고 시작한 젊은 부부들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빚에 갈수록 가난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결혼을 위해 전세대출을 받았던 김모씨(33살, 서울)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은행조차 외면하는 답답한 신세가 됐다.

김 씨는 "신용등급은 결혼 전 신용등급이 2등급이었는데 신용대출까지 함께 주택 대출자금을 받고 나니 신용이 7등급까지 떨어졌어요.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는 추가 신용 대출은 앞으로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더군요"라고 말했다.

신용등급 추락은 앞으로 김 씨를 따라다닐 금융의 주홍글씨인 셈이다. 결혼으로 닥친 경제적 어려움, 취업난, 등록금 폭등 등 산전수전 겪은 세대라고 자부하지만 젊은 가장의 어깨는 처질대로 처진 상황이었다.

◈ 삶의 추락, 위기의 허니문푸어

젊은 부부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해지고 있다. 삶이 추락하고 있다.

억대가 훌쩍 넘는 전세 값과 천만 원은 족히 드는 예식 관련 비용으로 젊은 부부는 이미 결혼과 함께 속절없이 허니문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마치 빚이 빚을 부르는 구조인데, 한번 빠진 거액의 대출의 검은 덫에서 젊은 부부들은 쉽게 헤어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부부가 힘을 모아 빚을 갚겠다며 신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밑 빠진 독처럼 푼돈과 목돈이 드는 결혼생활은 첫 단추부터 녹록치 않았다.

결국 결혼하지 않는 세태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도 경제적 어려움 탓이라는 이야기가 자연히 나온다.

이 모(34살, 인천)씨는 "결혼 초기 (빚 때문에) 왜 처음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 "여자 입장에서 결혼 이후 숨이 더 막히는데 주위에 결혼하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용도 나빠지고, 높은 대출 이자에 저축도 어려워지면서 젊은 부부들은 이렇게 점점 가난해지는 수렁에 빠지는데, 생활여건은 더욱 악화되기만 한다.

출근만 해도 2시간은 걸리는 경기도 권역에 살게 되거나 서울 시내 방 한 칸 원룸에 자리를 잡는 건 많은 젊은 부부의 모습이 됐다.

직장인 권 모(33살, 경기)씨는 "직장 동료 가운데 젊은 친구들은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면서 "모두 경기도로 살게 되는데 힘들지만 어쩔 수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올해 결혼한 친구가 서울에서 살겠다고 방 한 칸 집을 구했는데, 엉덩이 둘 자리도 없었다"면서 "결국 그 친구도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도 지역으로 이사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전세 값이 너무 높아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하고 구하더라도 단칸방 좁은 집에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경기도 외곽으로 넓은 집을 찾아간다는 설명이다.

결국 젊은 부부가 아이를 갖는 건 언감생심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견기업 직장인 최 모(34살, 서울)씨는 "아이가 생긴다면 더욱 삶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것 같다"면서 "대출을 더 받아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지금도 거의 한계치이고, 그렇다고 집값이 싼 지방으로 가야 하는데 생활은 더욱 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으로 가난해지는 ''허니문푸어'' 현상, 우리 사회의 무서운 뇌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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