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동시에 예기치 못하게 가난의 굴레를 뒤집어쓴다면 어떤 기분일까?
"결혼하기 전에는 사실 여유가 있었다. 결혼하고 나니 먹고 살기 힘들고 놀러나가는 건 꿈도 못 꾸고 생활자체가 피폐해졌어요."
평범한 직장인인 고모씨(36살, 경기)는 결혼을 위해 4천만 원의 대출을 받은 뒤 빚이 갈수록 늘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결혼 비용 마련만 해도 사회초년생 부부의 등골이 휠 지경인데, 2년마다 재계약해야 하는 전세 값이 폭등한 요즘은 젊은 부부들의 근심은 말 그대로 태산이다.
2년 전 결혼을 하며 9천만 원짜리 전세를 구했던 신혼부부인 정모씨(32살, 서울)는 올해 4천만 원이나 올라버린 전세 값에 돈을 구하지 못했다. 전세 값 마련 압박감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정 씨는 결국 아내와 처가살이를 결심했다.
최근 젊은 부부들이 흔들리고 있다.
88만원 세대와 등록금 천만원 시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정도라는 취업난을 힘겹게 헤쳐 나왔더니 또 한 번의 난관인 허니문푸어가 기다리고 있다.
''''허니문푸어''''란 결혼 비용이 폭등하면서 결혼으로 큰 빚을 지게 되는 젊은 부부들이 가난의 굴레를 지게 되는 현상이다.
한 결혼업체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경우 예비신랑 신부가 예상하는 결혼 추정 비용은 2억 원이었다. 이는 초년 직장인이 6년을 꼬박 모아야 모을 수 있는 거액이다.
◈ 살인적인 결혼비용, 결혼하면서 빈곤의 덫에 빠져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가계수지동향에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젊은 부부가 대부분인 30대 가정의 부채비율이 22.2%에 달하는 높은 수준으로 이 비율은 모든 연령대를 앞질렀다.
취업난과 월세 등으로 경제난을 겪는 20대 가구주의 부채비율이 15.3%임을 고려하면, 본격적으로 결혼하게 되는 30대가 신혼집 마련과 결혼비용 부담에 빚더미에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웬만한 연봉의 대기업 직장인도 경제적 어려움에서 예외가 아니다.
올해 결혼한 대기업 직장인 이모씨(34살, 서울)는 "아이는 엄두도 못 낸다"며 "알만한 회사에 다녀도 경제적으로 힘이 드는데 연봉이 낮거나 직장이 불안한 신혼부부들은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
금융 대기업 직장인 임모씨(33살, 경기)는 "신혼집 마련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갑자기 빚이 크게 생겨서 외식이나, 취미생활은 이제 총각 때 이야기"라며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힘들 때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 젊은 부부, 더 나은 직장 구하다 앞날 막막
아슬아슬한 결혼생활, 젊은 가장이 자칫 실직이라도 하게 되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 다니고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젊은 가장의 경우도 늘고 있어 이 경우 허니문푸어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결혼 이후 쳇바퀴 같은 직장에 회의를 느껴 직장을 그만 뒀다는 민모씨(33살, 경기)는 긴 수험생활에 고개를 떨궜다.
전문직을 하기 위해 노량진 학원을 다닌다는 민씨는 "양가 부모에 도움을 받고 산다"며 "사위 자랑 한 번 못하는 장모님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내 신세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젊은 부부들이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는데 결국 2030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부모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되는 형국이다.
위기의 30대, 젊은 부부들의 삶이 위태롭다.